“새로운 회사는 어때? 사무실 위치가 강남이라고 했었지?”
“응 강남역 근처에 공유 오피스에 입주해 있어. 전 회사에 비해 아담해 ㅎㅎ”
“그래? 이젠 강남역 근처에 갈 일 있음 오빠한테 저녁 먹자고 해야겠네”
“그래~ 내가 사무실 근처에 맛집들을 열심히 찾아 볼게”
오랜만에 한가로이 토요일 오후에 커피집에 앉아서 그녀와 마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근데 오빠”
갑자기 그녀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응 뭐 할 말 있어?”
“혹시 내 생일 선물 이미 정했어?”
“음.. 아직 정하지는 않았고 2~3개 정도 고민하고 있는 게 있긴 해.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오~ 역시 내 남자친구는 이런 것도 센스 있게 미리 생각하고 있었네 좋아 ㅎㅎ”
그녀와 연애 후 그녀의 첫 번째 생일이라 선물을 미리 고민하고 있던 중이다. 그녀의 말과 행동을 관찰을 하면서. 혹시나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 주면서 뭘 살지를 고민한다던지 혹은 이미 사용하고 있던 것을 다시 사야 하거나 다른 종류로 바꿔보려고 한다던지 등등. 이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그녀의 생일선물 후보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따로 그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것도 따로 생각 중이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그녀가 받고 싶은 것 혹은 필요한 것이 있는지 ‘선물’에 대해 말을 꺼냈다.
“뭐 아직 정하거나 사진 않았고, 정했어도 슬이가 필요한 게 있으면 그걸로 하면 되니까 받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바”
퇴직금에 인센티브까지 어느 정도의 여유 자금은 있어서 그녀가 원하는 건 너무 무리가 되지 않는 이상 사 줄 수는 있었다.
“음… 조금 어려운 부탁이긴 한데 들어줬으면 좋겠어”
“응? 부탁? 물건이 아니라 부탁이야? 생일 선물이?”
“응 맞아. 우리 삿포로 갔을 때 나 독감 걸려서 제대로 놀지도 못했잖아. 그래서 그런데 나 생일 때 여행 가면 안돼? 제주도라도?”
“선물은 여행이면 충분해 뭐 다른 거 안 사줘도 되고 내 생일에 오빠랑 여행 가고 싶어”
“그래? 그야 뭐 어렵지 않지”
그렇게 말을 하고 폰을 열어 달력을 봤다. 왜냐하면 그녀의 생일은 평일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 그녀의 생일은 3월 30일 화요일이었다.
“근데 슬이 생일은 평일인데 그전 주말에 갈까? 아니면 생일 주 주말에?”
“아니 그래서 내가 조금 어려운 부탁이라고 한 거야. 생일날 여행지에 있었으면 좋겠어. 여행지는 어디든 상관없어. 국내든 해외이든”
이직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문제도 되지 않을 일이긴 했다. 연차도 충분했고 내가 연차를 쓴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팀원들은 내가 평일에 연차를 쓰면 더 좋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직을 한 상태이고, 그것도 이직을 하고 출근 한지 1주일 정도 지난 시점. 그리고 1달도 안 된 시점에서 평일에 며칠 동안 연차를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긴 했다.
근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다.
“오~ 정말 고마워. 그럼 우리 어디 갈까? 오빠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슬이 생일인데 슬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게 좋지~ 언제 출발하는 걸로 할까?”
“음… 그럼 내 생일이 화요일이니까 일요일에 가서 수요일에 오는 걸로 할까?”
‘3일이나 연차를 써야 하네…. 음…. 가능하려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그런 생각을 애써 외면하고 그렇게 하자고 답을 했다. 나와 처음 함께 보낼 본인의 생일에 들떠 벌써 비행 스케줄을 검색새 보고 있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지금을 모면하기 위한 회피주의처럼 보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