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통로 쪽
좌석을 고수하는 사람

여섯번재 억지

by 그런남자

서울의 시내버스 노선-여전히 운행 중인 마을버스는 제외-의 경우 종류가 크게 3가지이다. 컬러 별로 초록색인 지선노선, 파란색인 간선노선, 그리고 빨간색인 광역노선이다. 광역노선을 제외한 간선과 지선노선은 노선의 상관없이 같은 기종의 버스들이 운행이 된다. 그 버스들은 뒷문을 중심으로 뒷문 앞은 혼자 앉는 자리, 뒤쪽은 둘이서 앉는 자리이다. 혼자서 앉는 자리는 해당이 안된다. 둘이서 앉는 자리에서 항상 통로 쪽을 고수해서 앉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비행기 혹은 고속버스처럼 자리를 지정해서 착석이 가능한 교통수단의 경우 통로 자리를 선호한다. 하지만 좌석 지정이 안 되는 경우는 일인석을 가장 선호 하지만 이인석을 앉는 경우 창쪽에 앉는 것이 대부분이다. 2인석에서 항상 통로 쪽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안쪽에 앉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불편함을 주게 마련이다. 서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앉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시키기도 하고, 앉고자 한다면 운행 중인 버스에서 대단히 불안한 모습으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선사하게 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에 기반하면 2인석의 통로 쪽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줌마들이 많았다. 어찌 보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주는 행동을 하는 소위 '통로 성애자' 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1. 금방 내린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주말과는 달리-은 정해진 루트대로 다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항상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마련이다. 버스를 탄다고 하면 거의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다니고 그 버스 노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를 하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버스를 탑승하고 2인석 자리에 공교롭게 먼저 자리를 선점하게 될 때 머릿속에서는 '난 곧 내린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금방 내린다'의 기준이 상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게 마련이지만 이 사람들은 그 기준을 객관적으로 본인이 정의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곧 내리니 창가 쪽 보다는 통로 쪽에 앉아서 내리기 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고자 할 때 창가 쪽으로 이동하기보다는 창가 쪽에 앉도록 길을 터주게 된다. 난 곧 내리니까.


#2. 갇힌 공간에 대한 일종의 포비아가 있다.

이건 내가 지정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통로 옆자리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던, 공연을 보던, 비행기 혹은 기차를 타던. 난 심한 수준은 아니지만 폐쇄된 공간에 대한 포비아가 있다. 그래서 한쪽은 비어 둠으로써 그 포비아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시내버스에선 그 포비아를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이기는 것뿐이다. 하지만 정도에 따라서 심한 사람들은 시내버스를 탐에 있어서도 답답함을 넘어선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1인석에 앉으면 되지 않냐는 멍청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항상 타고 다니는 버스라면 그 버스가 본인이 탑승하는 시간대에 얼마나 혼잡한지 여부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거리가 상당하다면 자리가 있는 데 앉지 않고 서서 갈 자신이 있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겹쳐서 본인이 그런 포비아가 있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따위는 사치 일 수 있다.


#3. 정말 소심한 성격이다.

가끔 라디오를 듣다 보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벨을 누르지 못해서 본인이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했다는 사연을 듣게 된다. 요즘 누가 그러느냐? 바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생각보다 꽤 자주 일어나고, 이런 사람은 우리 주변에 꽤나 많이 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들이 창가 쪽 좌석에 앉게 되고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이 잠이라도 들어 있다고 치면 이 사람은 멘붕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내려야 할 정류장이 다가오면 올수록 이 사람의 머릿속엔 오로지 어떻게 이 버스에서 내릴 수 있을까?로 가득 찰 것이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본인이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하나의 해결책으로 2인석에 앉게 되면 최소한 내림에 조금은 더 편한 통로 자리를 앉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2인석에 창가 쪽 자리가 있더라도 앉지 않고 서서 가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지하철에서 가장 끝자리, 택시에서 항상 뒷자리를 선호하는 사람들 역시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하철과 택시를 선호하지도 자주 이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들을 면밀하게 관찰해 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일상에 피곤함을 이끌고 통근과 통학 혹은 다른 형태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서로 간의 배려가 필요하지만 그런 배려보다는 본인의 사정이 더욱 급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닐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생각과 마음가짐은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기에 한번 정도는 시도해 보는 것도 일상을 사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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