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열번째 억지

by 그런남자

'공시생',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학생'이라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의 신분을 벗어난 사람들도 꽤나 많이 있지만 그런 거에 상관없이 모두를 공시생이라고 부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네 삶에서 대단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공시생,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엄청날 정도로 많아졌다. 기본적으로 몇백대 일의 경쟁률은 예사가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직업의 카테고리 중에 공무원이라고 하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나도 대학을 입학하던 시기에는 공무원을 꿈꾸긴 했었다. 하지만 이네 빠르게 나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바로 포기했었고 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공무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인의 청춘을 받쳐 가며 힘들게 시험을 준비하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공적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서비스는 크게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공무원들이 주로 맡는 부분은 공적인 부분이다. 일반 회사들이 이윤추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공공기관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들은 이윤추구라기보다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지켜 주고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역이다. 거창하게 말해서 국민 혹은 시민들의 사회 안전망 구축-박명수 옹이 방송에서 종종 이야기하는 soc가 바로 그것- 하고 유지하는 부분에 더욱 관심이 많고 그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반 사기업에 비해 공무원은 큰 보상을 받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선택하고자 한다는 것은 본인이 뜻하는 바가 대단히 뚜렷하고 본인이 무엇을 더욱 좋아한다고 볼 수 있다.


#2. 안정적이다.

사람들 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조금은 역동적이고 다이내믹 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정적이며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직업 그리고 더 자세히는 본인이 속한 인더스트리에 따라서도 종사자의 성격이 반영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다른 인더스트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대체적으로 유행에 민감하고 옷을 좋다 하는 성격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직무에 따라서도 각각 성격의 차이를 보인다. 아주 직접적인 예를 들어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성격과 성향은 완벽하게 다르면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듯 각 인더스트리, 직무, 직군에 따라 성격과 성향이 나뉘듯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좀 더 안정 지향적일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공무원을 비하해서 '철밥통'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사용한다. 과거엔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 시대에는 적합한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일반 사기업보다는 더, 스타트업 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직업 안정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는 업무 역시 큰 재난 상황-지금의 코로나 사태 같은-이 발생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업무 환경이긴 하다. 이런 부분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그렇게 어려운 공무원 시험이라도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3. 차라리 시험이 낫다.

예전에 후배가 공기업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다. 12명 정도가 같이 인턴을 시작하면서 그 공기업 인사담당자가 첫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턴기간 동안 내부 평가를 통해서 5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려고 한다고. 그리곤 평가 방식을 선택하러고 했고 나의 후배를 포함한 12명 모두 인턴이 끝나는 시점에 시험을 보는 것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을 희망했다고 한다. 내부 평가 기준을 통해서 인턴 기간 동안 평가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한 거 같다. 그리고 내부 평가 기준이 대단히 신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중 누군가는 분명 그 기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험은 절대적인 숫자로 그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납득할 수가 있다. 나의 후배의 경우 예를 들어 시험을 보고 성적순으로 채용을 하겠다고 결정해 버리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기준과 결과에 납득을 할 것이다. 이처럼 취직이 정말이지 너무도 안 되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취직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준을 도통 알 수 없는 서류 전형과 인터뷰 전형은 그들이 납득하기에 충분하게 공정하고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나 역시 인터뷰어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더라도 명확히 우리 회사 혹은 지원한 직무와 fit 이 맞지 않는다는 말 이외엔 딱히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지원자에게 이렇게 말을 해 줄 경우 지원자가 충분히 내가 한 피드백에 대해서 납득할까? 내가 보기에도 '글쎄'라고 답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어차피 직업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시절에 내가 노력(?)한 만큼으로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시험을 선택하는 것이다.


공시생 몇만 시대 몇십만 시대라는 말이 최근에 자주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일부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이 너무 안정만 추구하며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근데 과연 그럴까? 나는 약간은 다르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그럴까?라는 생각을. 난 위에 언급한 대로 나의 성향과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스타트업에서 힘들어할 때 여전히 우리 부모님은 늦지 않았으니 공무원 준비를 해 보라는 말을 하신다. 그럼 최소한 정년은 보장되고 그 이후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 생각 역시 나는 조금 반대이다. 현재 공시생들이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시험을 준비하고 공무원이 되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며, 그 일을 통해서 본인이 어떤 보람을 얻어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당사자들 대부분 역시 잘은 모를 것이다. 그리고 확고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공무원이 되었을 경우 본인이 생각하던 바와 다를 확률 역시 대단히 높다. 미래에 발생할 일들은 제쳐 두고라도 현재의 그들이 치러내고 있는 고난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그들이 결정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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