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물건이 많아지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추억의 형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들도, 전에는 쓸모가 있던 무언가였던 적이 있을 텐데. 이제는 여차하면 바로 버릴 수 있는 이상한 용기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우왕좌왕하면서 굳이 필요한 일이 언젠가는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참을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분명 이상한 용기가 생겼을 텐데 이 느낌은 무엇인가. 애착이라는 이름의 미련함인가. 낡고 쓸모없는 것들을 서랍 안에 박아두면서, 나의 미련함 또한 서랍 안에 가두었나 보다. 그러다가 진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왔을 때, 어쩌다 생각이라도 나면 쓰레기 버리듯이 가차 없이 버릴 텐데 말이지.
망각이 나에게 도움을 주듯, 나도 망각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일석이조이고, 금상첨화 일 것이다. 언젠가 추억의 형상이 다시 눈앞에 보일지라도 그때는, 눈앞에 펼쳐지는 게 아닌 흐릿하게 일렁일지도 모른다. 이 또한 해볼 수 있으면 해 보라는 식의, 쓸모없는 물건들이 내린 시련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고심 끝에 내리는 쓸모없는 것과 소중한 것의 구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