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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스토브리그

by 김보경

대학교 막 학기. 퓨대기 활동은 대학 활동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당장의 취업 걱정도 미뤄두고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던 힘은 나 또한 스토브리그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목으로도 유명한 ‘스토브리그’는 야구 시즌 시작 전에 팀 보강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말한다. 대학생에서 사회인으로 한 발 나서는 나도 스토브리그였다. 미래를 준비하는 퓨처스리그도, 결국 더 높고 빛나는 무대를 위해 노력하는 스토브리그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1군의 마운드 위에서 멋진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을 준비를 하는 스토브리그, 끝내기 안타를 칠 준비를 하는 스토브리그, 그리고 나의 길을 찾는 스토브리그. 우리는 모두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같은 스토브리그에서 뛰고 있는 내가 누구보다 우리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1등 팀의 4번 타자로 만루 홈런만을 때리길 원한다. 하지만 시작해 보면 안다. 누구나 처음에는 허튼 공에 방망이를 휘두른다는 걸. 모두가 초보자로 긴 시간 습작기를 거치며, 누군가는 지망생인 채로 끝이 난다. 하지만 퓨대기 덕에 알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에이스만 멋진 건 아니라고. 야구 중계 화면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고.


선수 스케줄에 맞춰 생활 패턴을 조절하고, 편한 대화로 선수 컨디션을 체크하는 로드 위의 매니저, 버스 기사님. 영양소와 입맛 두 마리 토끼와 이벤트로 선수의 웃음까지 맡아주는 영양사님. 가장 일찍 경기장을 밟고, 누구보다 늦게 경기장을 나서는 시설관리인. 한 경기 뒤에는 수많은 땀이 빛나고 있었다. 이들을 만난 후로는 줄곧 땀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 스포트라이트 밖도 조명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만루 홈런에만 환호하는 사람도, 실수에 야유를 쉽게 던지는 사람도 되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1군만을 원하지는 않고, 1군에 있는 사람만 멋진 것도 아닌 것을 알아버렸기에.


사람들이 말하듯, 야구는 그야말로 인생이다. 잘 맞은 공이 말도 안 되는 수비에 잡히고, 때로는 개인의 대단한 플레이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희생타가 필요하다. 야구는 인생이기에 일구일구에 일희일비하고, 패배에 함께 좌절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며 다음 베이스로 힘차게 뛰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스토브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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