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알아 버린 지 16년. ‘야구 빠’가 되어 버린 지 7년. 타투를 새길 정도로 야구를 애정하지만, 가끔은 야구가 뭔데 이렇게 끔찍한 기분을 느껴야 하나 싶다. 유니폼 10개가 옷장에 걸려있는 팬이지만, 지는 날에는 팬보다 무서운 안티가 되는 애증의 야구 사랑단. 공 하나에 분노하고 웃는 야구팬은 그야말로 I hate you 그리고 I love you다.
‘I hate you, I love you, I hate that I love you’
gnash의 노래 <I hate you, I love you>를 듣다 보면, 매일 욕하다가도 어김없이 저녁이면 경기를 보는 영락없는 야사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기는 날이면 ‘어제도 이렇게 하지!’ 하며 화내고, 지는 날엔 벼락같이 분노하다가도 야구 시간만 기다리는 게 야구 사랑단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야구와 잘 맞아서 야구를 사랑하게 된 걸까? 아니면 야구가 일희일비하는 성격으로 망쳐놓은 걸까? 나는 말이다. 20대의 중반, 딱 지금의 나이가 되면 의연하고, 침착하고, 여유 있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아직도 공 하나에 환호하고 공 하나에 절망하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누구보다 큰 소리로...
하지만 해도 해도 자이언츠가 너무했다. 야구를 입덕한 2016년. 팬이 된 후 가을 야구에 간 게 꼴랑 2017년 한 번. 그러고는 줄곧 희망 고문만 계속됐다. 마지막 리그 우승이 92년도인 자이언츠. 97년생인 나는 우승을 본 적도 없는 이 팀을 사랑하고 있다. 매번 우승하는 강팀을 좋아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까.
한국 야구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른 후, 10개의 팀 중 상위 다섯 팀만이 포스트시즌, 즉 가을야구를 한다. 상위 5팀이라는 말도 웃기다. 그냥 절반이다, 절반. 1등을 해달란 것도 아니잖아. 가을 야구의 기미가 보인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가을 냄새가 난다. 올해는 다르다’라고 말한 지도 어언 6년이다. 우리 팀은 추위를 많이 타기라도 하는 걸까? 5년 전에 산 가을 잠바는 먼지만 쌓여가고, 가을야구 가면 유니폼 산다는 친구는 내 유니폼을 무한 대여 중이다. 우리 팀은 가을을 타나 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정말로 I hate that I love you다.
“야구 끊으면 되잖아”
내가 묻고 싶다. 야구 안 보는 거, 우째하노? 공부할 때나, 일할 때. 혼자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할 때. 야구만 한 게 없다. 경기가 잘 풀리면 꺼져가는 열의에 불을 지펴주는 페이스메이커, 안 풀릴 때면 ‘이런 경기 볼 바에 공부하자’ 하게 만드는 기폭제. 이렇게 고마운 존재가 또 어디 있나?
미우나 고우나 롯데 자이언츠를 빼고는 ‘부산스러움’을 설명할 길이 없다. 마!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박수를 보내는 관중. “경기 우째되고 있는교?” 한 마디가 시작되면 30분은 족히 넘는 부산-아재들과 나누는 대화. 지독하게 사랑하고, 애증 한다. 나의 롯데, 나의 야구... I hate you, I lov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