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한테 물어봐』 버나드 와버 글 / 이수지 그리고 옮김
우리 집 부녀는 둘이 서로 쿵짝이 잘 맞습니다.
딸아이를 낳고 제가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었지요. 그리고도 100일이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기에 아빠 혼자 딸을 키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때부터 딸바보가 되더니, 아이가 ‘엄마’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을 먼저 했다고 우겨댔습니다. 남편이 고마우니까 그냥 믿는다고 했습니다.
딸은 아빠를 잘 따랐습니다. 그 덕에 저는 가끔 자유롭게 제 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지금도 앨범에는 부녀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이 참 많습니다. 두 사람은 입맛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습니다. 딸이 사춘기를 맞아 저랑 핏대를 세우고 으르렁댈 때면 ‘삐뽀삐뽀’ 울리며 구급요원으로 출동할 때가 많았죠.
여기 우리 집 부녀만큼 잘 통하는 아빠와 딸이 있습니다.
“아빠, 나한테 물어봐”
나뭇잎이 울긋불긋, 알록달록 책 속의 계절도 가을인가 봅니다.
아빠와 딸이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웃는 표지를 넘겨 보세요.
아빠는 파란 모자를 쓰고 딸은 빨간 외투를 입습니다.
한 장 더 넘기면 현관문 밖입니다.
아빠는 파란 운동화를 신고 끈을 묶습니다.
딸은 빨간 외투를 입고 까만 신발을 신고 팔짝팔짝 신나게 날 듯이 뛰어갑니다.
두 사람이 산책길에 나서나 봅니다.
두 사람은 물가에 가서 기러기를 바라봅니다.
딸은 기러기도 좋고 개구리도 좋다고 합니다.
이제 꽃밭이 보입니다.
반짝 벌레가 뭘까요?
아이가 보는 눈은 다른가 봅니다.
이번에는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아빠에게 안긴 딸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아빠는 딸을 목말 태우고 딸에게 빨간 풍선을 건네줍니다. 둘은 아이스크림콘을 하나씩 먹으며 또 이야기합니다.
딸은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숲을 걸으며 빨간 것은 다 좋다고 합니다.
딸은 빨간 단풍잎을 풀썩거리며 신나게 앞서갑니다. 아빠는 딸을 쫓아가다가 얼굴 한가득 단풍잎 세례를 받아도 즐겁습니다.
딸은 궁금증도 호기심도 많은가 봅니다.
그러고는 둘이 함께 나무 아래 낙엽이 수북한 곳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크크크
이런 비슷한 경험해 본 분들 있으시겠죠?
영리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래가 닥쳐올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빠와 딸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딸은 아빠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다음 주 목요일을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아빠는 능청스럽게 왜냐고 물어봅니다.
딸은 뜸을 들입니다.
다음 주 목요일은 무슨 날일까요?
정답은 바로바로 ~~~~~
책 속에 있답니다^^
미국의 어린이 책 작가 버나드 와버의 글과 한국의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그림이 만나서 환상의 호흡을 이뤄냈습니다. 글과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우러져 국경을 뛰어넘는 작품인 줄 몰랐습니다. 알고 나니 더 사랑스럽네요.
아빠와 딸이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엔 정말로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습니다. 아빠는 지치지도 않고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딸이 원하는 대로 물어보고, 또 대답도 합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 집 부녀 말고도 ‘떠오르는 이’가 있었습니다. 브런치에서 퇴고의 천재 ‘천재작가’로 더 유명한 류귀복 작가님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책 집필 중이라 연재를 쉬고 있지만, 책을 내고자 하시는 분들께는 작가님의 글들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모든 아빠가 그렇겠지만, 그분의 따님 사랑은 절대적입니다. 지난봄, 뒤늦게 '크리스마스 특집' 글에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따님과 놀아주는 아니 노는 모습을 읽는데, 제 어릴 적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그리워 울었었지요.
혹시 더열정적인 아빠 작가님 계시면 알려주셔요. 좋은 소식이니 냉큼 달려가겠습니다^^
이제 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나 봅니다. 독자님들의 사랑과 위로와 격려로 이런 달달한 ‘아빠와 딸’ 이야기에도 웃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정말 빨리 자랍니다. 아빠가 시간 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지요. 이번 주말에는 꼭 시간 내시어 따님이나 아드님이랑 신나게 몸으로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여러분께 기쁜 소식 알려드릴게요. 제가 그림책『감정호텔』을 읽고 썼던 글 "감정 돌보기"가 '제천시립도서관' 가을 소식지에 실렸습니다. 오늘 사서 선생님의 메일을 받아서 따끈따끈한 소식 올립니다.
https://brunch.co.kr/@sallyhsk69/65
https://brunch.co.kr/@sallyhsk69/37
https://brunch.co.kr/@gwibok/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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