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끝내며
아들과 지하철역에 가는 길이다. 몇 미터 앞에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뀐다.
“뛰자!”
아들이 애타는 눈으로 빤히 나를 바라본다.
‘아차!’
아들이 발을 삐었다는 걸 잊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다 여기는 것 중에서 정말로 당연한 것은 거의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세수하고 밥 먹고 옷 입는 것.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생각해 보면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 내가 건강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프거나 다치기 전까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아이를 낳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병원에서 보름 만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만난 햇볕에 감사함을 느꼈다.
아이가 백일 무렵, 모세기관지염에 걸려 아이를 안고 한 달 내내 병원에 다녔다. 칭얼대던 녀석이 어느 순간 방긋 웃을 때 너무도 고맙고 행복했다.
사춘기를 찐하게 겪던 아이와 날마다 전쟁을 치르다 극적인 타협을 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기로 하던 날 아침. ‘다녀오겠습니다’ 말하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등을 보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발가락 부러져 한 달 내내 깁스를 하고 목발에 의지해 절룩이다가, 다시 두 발로 걷던 날 내게 두 발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다.
오십견이 찾아와 한 쪽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해서 혼자서는 옷을 입지도 벗지도 못했다. 한방, 양방 치료에 스트레칭, 요가까지 총동원하며 팔을 다독여서, 혼자 옷을 입을 수 있던 순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당연하다 여겼던 일이 실은 축복인 줄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 행복이 찾아온다.
“순간이 모여 삶이 된다”
이 이야기는 브런치에 글을 쓰며 처음으로 만든 브런치 북이었습니다.
지난여름, 아들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로 이미 한 번 연재를 마치긴 했지만, 연재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어설프게 시작했던 이 글에 애착이 많이 갔습니다.
오랜 시간 깊이 묻어두었던 순간들이 세상에 나와 여러분의 공감과 응원을 받아 활짝 피어났습니다.
부끄러웠던 순간, 절망에 몸부림치던 순간은 치유되고,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은 훨씬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즐거웠던 순간만이 아니라, 끔찍이도 싫었던 그 순간도 저의 삶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도 제 삶의 한 장면이 되겠지요.
순간순간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차가운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