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다녀오다 옆 동네 아파트 입구에서 ‘뻥튀기’를 만났다.
분명히 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집에 오는 길에는 그 요란한 소리와 냄새가 내 눈과 코를 끌어당겼다. ‘펑펑’ 소리를 내면서 둥근 뻥튀기가 하나씩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좋다.
간식이랄 게 별로 없던 어린 시절 어쩌다 한 번씩 동네에 뻥튀기 아저씨가 오면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집집마다 남아 있던 묵은쌀이나 옥수수 같은 걸 한 움큼씩 가져와 아저씨가 준비해 온 통에 부어 놓고는 차례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온 동네를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즘에는 내가 어렸을 때처럼 뻥튀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개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으로 ‘펑펑’ 소리를 내며 하나씩 기계에서 나오는 뻥튀기는 예전의 그 우렁찼던 위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먹을거리가 많아져서인지 예전처럼 인기가 많지도 않다. 그래도 좋다. 여전히 뻥튀기 소리와 냄새는 내 눈과 코를 붙들어서 그냥 지나 가기 힘들게 한다.
오늘도 그랬다.
낮게 ‘펑’, ‘펑’ 소리를 내며 터져 나오는 뻥튀기 소리와 구수하고 달달한 냄새가 퍼져서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중에 현금이 없었다. 요즘엔 카드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으니까 자꾸 지갑을 두고 나온다. 아쉽지만 그냥 가려고 지나치는 내 눈길에 종이판에 적어 놓은 계좌번호가 들어왔다. 뻥튀기 튀기는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계좌로 돈을 보내면 된단다. 역시 편한 세상이다.
값을 물어보니 한 봉에 삼천 원, 두 봉엔 오천 원이란다. 잠시 고민을 했다. 결론은 '맛있게 한 봉을 먹어버리는 거다.' 왠지 돈을 버는 것 같은 생각에 두 봉을 샀다가 바삭함이 사라져 억지로 꾸역꾸역 남은 것들을 먹었던 기억이 많다. 오늘은 가뿐하게 한 봉만 들고 집에 온다. 가면서 먹으라고 뻥튀기 하나를 더 주셨다. 가방을 메고 카트를 끌고 가면서 먹기가 난감했지만, 집에 가는 내내 손에서 풍기는 달큰한 냄새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줬다. 장바구니에 물건이 가득찼지만 여느 날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이 순간이 행복이지뭐!
*부평사람들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표지 그림은 울 따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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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모여삶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