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쓴' 시간의 소중함
책상 위에 읽을 책이 쌓여 있습니다. 아직 포장하다만 책들도 몇 권 같이 올려져있고요. 며칠간 연달아 강연과 발표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도토리를 물고 나무로 올라가는 다람쥐처럼 바쁘게 지낸 한주였습니다. 한주가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벌써 금요일. 잠시라도 명상을 하고 내가 잊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때론 알아도 할 수 없는 게 더 많을 때가 있네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주간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릅니다. 책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타인의 시간들을 짧은 시간동안 살아본 탓일 겁니다. 불과 일주일 전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행히 잠시라도 읽고 쓰고를 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한 덕분에 최소한의 시간방어전에는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다행입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지만, 우선 처음 한 시간은 나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저는 '쓰다'라는 동사를 좋아합니다.
‘쓰다’는 말에는 3가지 다른 뜻이 있는데, 각각의 의미대로 저에게 영감을 줍니다.
첫째, '사용한다'는 의미가 있죠. 돈을 쓰거나, 시간을 쓰거나, 매순간 인간은 무언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돈과 시간을 포함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자산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인생은 달라집니다.
두번째, 글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을 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글을 쓰는 것만큼 생산적인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삶의 밀도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쓰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달고 쓰다’라고 말하는 맛의 의미입니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마치 쓴 한약을 먹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 애써 해야 하는 일이죠.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이롭다는 말. 여러모로 옳은 말입니다.
우리는 매일 ‘쓰기’라는 ‘쓴’ 시간을 나를 위해 ‘쓰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분명 조금 더 성장한 내가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으면서 말이죠.
읽을 책만큼이나 읽은 책이 쌓이고, 덧없이 써버린 시간보다 나를 위해 “쓴” 시간이 많아질 때 삶은 조금 더 나다워지는 게 아닐까요? 오늘 마주하시는 모든 순간들을 조금 더 소중히 다루어며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