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Aug 26. 2022

#_책갈피가 아니라 볼펜이 필요한 이유

진짜 독서는 읽는 게 아니라 적는 것이다 | 독서의 4원칙

책을 많이 읽어도 남는 게 없다면,

혹시 책을 읽으면서 아무런 메모도 노트도 안 했던 건 아닌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세요.

잘 읽는 것만으로도 물론 참 좋은 경험이 됩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옮겨 쓰고, 내 생각을 쓰고, 더 확장해서 내가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까지 메모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높은 차원의 독서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전 글들에서 설명드렸던 내용들을 조금 더 종합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모든 책을 잘 읽어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책마다 나의 상황마다, 나의 목적에 따라 독서 방법을 바꿔가면서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입니다.

내가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를 샀다고 해서 모든 길에서 160km로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때로는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목적지 부근에 와서는 느긋하게 속도를 늦추고 갈만한 식당이나 카페를 찾으면서 주행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면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읽는 것보다 속독이 더 고급 독서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속독은 조금만 익숙해지면 금방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숙독(느린 독서)부터는 정말 고차원적인 독서경험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깊이 있는 독서 방식을 저는 "정서재행(正書再行) 독서"라고 부릅니다.

정서재행을 '독서법'이 아닌 독서'방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여러 가지의 방법들이 모여 궁극적인 독서의 목적을 이루는 하나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정보의 조각들(텍스트-0차원)이 서로 연결되면서 선(지식-1차원)이 됩니다.

그런 선들이 모여 면(통찰-2차원)을 만들고, 그런 면들이 축적되어 구체(지혜-3차원)와 같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지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완전한 독서는 거듭될수록 나의 이해도의 차원이 달라지는 경험인 셈입니다.


쓰고 보니 말이 많이 어려워졌네요. 쉽게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빠른 독서가 빠르게 지식을 탐색하며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하는 독서라면, 느린 독서는 그렇게 찾은 책 속의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하고 써먹을 수 있게 만드는 독서입니다.

요리로 비유해볼게요. 빠른 독서는 더 좋은 재료를 더 많이 모으는 작업입니다.

아무리 요리를 잘하고, 좋은 레시피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정작 재료가 없으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없겠지요. 다시 말해 빠른 독서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좋은 재료들을 모았다면, 느린 독서를 통해 정말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죠.

느린 독서는 그런 과정입니다. 이제 주어진 재료를 하나씩 정성껏 다듬고, 내 취향에 따라 내 삶의 목적에 따라 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전체적인 해설은 이쯤 하기로 하고요.

오늘의 주제인 "책갈피보다 볼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책갈피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사실 어디까지 읽었는지 물리적으로 기억하는 게 크게 의미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부분을 찾아서 읽으면 되고, 만약 기억이 안 난다면 충분히 다시 읽는 게 좋으니까요.

대신 볼펜과 색연필은 필수입니다. '적는다'는 것을 꼭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읽을 때 더 중요한 부분을 잊지 않고 한번 더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저는 3가지 방법(三書:삼서)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적록(摘錄)

책에 메모하는 것을 적록이라고 합니다.

메모는 하나의 약속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자기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쓰면 됩니다.

저의 경우 마음에 드는 문장은 초록색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볼펜으로 해당 페이지에 바로 메모합니다.(파란색으로 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편의상 거의 검정 볼펜으로 하는 편입니다.) 관련된 책이나 작가 등의 내용이 떠올라도 바로바로 메모합니다.

책을 읽으며 좋은 부분, 참고할 부분을 발견하면 상단 모퉁이를 접습니다. 또 울림이 있는 부분이나 반드시 다시 읽고 되새겨야 할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하단 모퉁이를 접어 둡니다.

책의 내용에 의문이 있거나 완전히 설득되지 않아 여전히 반대 생각이 강하다면 내 생각을 적고 "??" 표시를 해두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원칙을 활용합니다만, 책에 따라 조금씩 변형해서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메모하는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초서(抄書)

흔히 책의 좋은 문장을 가려내어서 옮겨 적는 것을 초서라고 합니다.

저는 초서에도 3단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1단계는 단순하게 베껴 쓰는 단계

2단계는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내 생각이나 의견을 적는 단계

3단계는 내 생각과 연결되는 다른 지식들을 같이 메모해서 더 큰 지식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를 말합니다.

적록과 초서의 가장 큰 차이라면 적록은 책에다 쓰는 메모이고, 초서는 별도의 노트에 기록하는 글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초서를 한다는 것은 나만의 독서노트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

초서를 잘하게 되면 나중에는 초서한 노트만 봐도 좋은 독서가 됩니다. (의외로 적어 놓고 안보는 사람도 많습니다.ㅜㅜ)

지난 7~8월 두 달간 읽은 책이 30~40권 정도 되는데, 그 책들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한 것만으로 스프링노트 하나를 다 채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노트를 쌓아 가다 보면 책을 직접 쓰는 것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필사(筆寫)        

필사는 직역하면 붓(筆)으로 베껴 쓴다(寫)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책의 일부분 혹은 전체를 손으로 옮겨 적는 행위를 말합니다.

필사는 가장 느린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사 한 페이지를 하는데 10분~20분가량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적을 때마다 여러 번 다시 그 책을 읽게 되기 때문에 필사를 하다 보면 그냥 눈으로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작가의 감정 등이 전달되곤 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일반적인 읽기에 비해 낭독은 3배, 필사는 10배의 밀도로 읽는 느낌이 듭니다.)

필사는 절대로 아무 책이나 하지 말고, 정말 여러 번 읽고도 또 읽고 싶은 책중에서도 엄선하여하길 권합니다.

누굴 보여주기 위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이 하려 하거나 글씨를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도록 합니다.

목적에 맞게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 어떤가요? 아마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메모든 초서든 책이나 노트에 무언가를 쓰는 행동을 하고 계실 겁니다. 새의 날개가 좌우 양쪽으로 함께 움직여야 날 수 있는 것처럼 읽고 쓰는 것도 함께 했을 때 비로소 성장의 날갯짓이 시작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쓰지 않으면 정말이지 잘 기억나지도 성장하지도 않거든요.

좋은 책일수록 페이지마다 다양한 표시가 되어있고, 다시 봐도 좋은 문장들을 표시하고 노트에 옮겨 적다고, 떠오르는 내 생각과 나한테 적용할 부분까지 써나가다 보면 분명 책과 펜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독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시간에는 독서의 마지막 원칙이자 가장 중요한 5원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독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모아 pdf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필요하인분은 메일주소만 알려주시면 발송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naver.me/FBQCa9FR


이전 03화 #_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OO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