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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26. 2023

#_글쓰기 초보일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어쩌면 인생의 많은 일들에서도.

아마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새로 시작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문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기본적으로 누군가 읽으라고 쓰는 것이지요.

자, 그런데 초보 때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나는 아직 글쓰기가 서툴러서 조금 더 나아지면 글을 올려야겠어. 지금 올리기엔 너무 부끄러워.'

이런 생각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글을 브런치든, 블로그든, 아니면 모임 하는 단톡방이든 어딘가에 올려서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으면 글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 쓰는 글은 여러모로 부족하니까 쑥스럽겠지요. 그런데 그 쑥스러움이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최고의 악당이더라고요. 이미 잘하는 걸 보여주는 건 괜찮죠. 그런데 내가 못하는 걸 타인에게 드러내는 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결국 글쓰기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아직 못난 자신을 인정하는 일인 셈입니다.


이런 조언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수많은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에서 만날 수 있는 문장이죠.


'아직 부족한 나 인정하기'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이게 왜 중요한지 간단한 비유로 설명드릴까 합니다. 모든 성장은 지금 서있는 자리(출발지)에서부터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꾸준히 나아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나는 아직 집에 있는데, 내비게이션 위치를 집에서 500m 떨어진 곳으로 잡고 출발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내가 있는 위치와 지도상에서 인식하는 위치가 달라 계속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알려주게 될 겁니다. 그러면 한참을 걸어도 집 근처를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운전할 때 이런 경험해보신 적 있지 않으세요? 지도도 정확하고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해서 길을 못찾습니다. 문제는 GPS가 '내 위치'를 잘못 인식했기 때문이죠.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들이 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부끄러운 이야기하나만 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이유인데, 달리기를 해도 등수 안에 들어본 적이 없고, 축구도 잘 못했거든요. 다행히 중학교 때는 슬램덩크 덕분에 농구에 빠져서 열심히 하긴 했지만, 역시 잘하진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지요. 나이가 더 들고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배 나온 아저씨가 체력까지 저질이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감이 안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아직도 운동을 잘 못하고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알게 되었어요. 그 오랜 시간 동안 제가 운동을 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제 내면 깊은 곳에서 '운동 못하는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이렇게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나서 뭐가 달라졌냐고요?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더 이상 운동 못하는 제 자신을 부끄럽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아주 기초적인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예전에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맨손 운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무리해서 몇 달안에 몸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 대신 확실한 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분명 지금보다 더 건강해져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가 설령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못난 자리'라 할지라도 거기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내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씩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 말이죠.


글쓰기를 설명하려고 많이 돌아왔네요. 같은 이야기지만 다시 설명해 보겠습니다.

글쓰기 초보 때는 모두가 같은 실수를 합니다. 내 글을 보여주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자꾸 나를 감추고 지금의 내가 아닌 훨씬 괜찮아 보이는 저 앞의 어떤 자리에서 출발하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글이 늘지 않고, 글이 늘지 않으니 더 보여주기가 부끄럽고, 결국은 '아,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나 보다'라는 가장 그럴듯한 합리화를 하면서 포기하기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독서랑 글쓰기는 소질이 없다, 나랑 안 맞다는 말로 도망치기엔 너무 훌륭한 도구들입니다. 이거 안 하고 다른 걸로 내 삶을 더 성장시키는 방법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많이 돌아가야 할 겁니다. 그러니 그냥 못난 글을 쓰는 나를 인정하고 거기에서부터 정확하게 그 지점에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요?


참 신기한 일은 내가 못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순간, 이미 나는 못난 나에서 한걸음 벗어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실제로 실천하는 건 무척 어려울 겁니다. 저도 운동을 예로 든 것처럼 참 많은 일들을 미루고 있거든요. 돌아보면 다 원인은 같은 곳에 있는데 말이죠.


글쓰기 팁을 드리려다가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버렸네요. 저에겐 참 의미 있는 삶의 통찰이었고, 여전히 그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애쓰는 중이라 그런가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누군가 열망을 자극하는 말로 헬스클럽 회원권을 사게 할 수는 있어. 하지만 매주 3회씩 꾸준히 헬스클럽에 가게 하려면 영감이 필요해.


이 글이 여러분이 글쓰기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시작하는데 작은 영감이 되었길 바랍니다.

음, 생각난 김에 짧게라도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3줄 정도 적어서 어딘가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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