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험한 것에서 '맥락'을 찾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 처음에 실수하기 쉬운 부분은 어떤 맥락 없이 내가 경험한 것, 또는 내가 책에서 읽은 것을 그대로 나열하듯이 쓰는 것입니다.
그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겠죠.
좋은 글은 뻔한 일, 뻔한 소재를 관찰해서 그것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나만의 시각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을 통해서 겪는 직접 경험과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간접 경험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통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도 조금 다른 것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작가의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시선을 가지게 되면 일상의 짜증 나거나 힘든 일을 만나도 이런 생각이 먼저 들곤 합니다.
'오, 오늘 이거 글 한편 나오겠는데?'
이 정도면 직업병일까요? ㅎㅎ
하지만 이런 직업병이라면 걸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작가의 시선은 삶을 보다 다채롭고 더 깊이 있게 느끼고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경험과 독서에서 얻게 된 작은 맥락들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제법 커다란 삶의 흐름이나 청사진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느껴지는 쾌감은 경험해 본 사람들만 느낄 수 있죠. 통찰에 대한 목마름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통찰이 더 깊어지면 성찰이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관점을 넘어 그것을 대하는 더 좋은 태도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일상의 글감을 찾는 방법들을 풀어 봅시다.
저는 글쓰기의 8가지 재료라고 표현했는데요. 책을 거의 100권 가까이 쓰신 유영만 교수님에게 배운 팁이기도 합니다.
1. 관찰 :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찰은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2. 느낌 : 내가 느낀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이입하고 동화되어서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더욱 멋질 겁니다.
3. 여행 : 여행은 최고의 글감이죠. 그렇다면 매번 해외여행을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대학로 근처에 자주 나가는데 이쪽으로 여행 와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반짝이는 눈으로 신기해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요. 우린 그저 익숙해서 더 이상 새로움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만, 사실 모든 것은 언제나 새롭거든요. 그런 낯선 체험은 모두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 도전 : 새로운 일을 도전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풋을 얻게 되고 새로운 글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얼마 전에 단식을 처음 도전해 보았는데, 자연스럽게 거기에 대한 글들을 풀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내 한계 너머의 세상을 만나면 분명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5. 대화 : 좋은 사람은 최고의 책입니다. 그와 대화함으로써 책에서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들을 얻을 수 있거든요. 더 많은 다양한 사람과 특히 내가 배울 게 있는 사람들과 대화해 보세요. 그들과의 인식차이를 느껴보고 관점의 차이를 생각해 보세요.
6. 마주침 : 수업할 때 항상 그런 문장을 나누곤 하는데요. '뜻밖에 만남이 운명을 바꾼다고요.' 그 말은 진리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매일 낯선 마주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게 인생의 즐거움이자 묘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7. 실패 : 도전해 본 사람만 실패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는 도전과 한 세트인데요. 잘한 것만 이야기하고 싶겠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실패담을 더 즐거워합니다. 왜냐하면 훨씬 더 공감되기 때문이죠.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인데 반해 실패하는 사람은 훨씬 많잖아요. 내 실패담을 말하면 나에게 실망할 것 같지만, 나의 이야기에 공감한 사람들은 오히려 내 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과감히 도전하고, 멋진 실패담을 남겨보세요. 그러다 성공하게 되면 더 빛나는 성공담이 될 겁니다.
8. 실행 : 모든 것은 생각이 아니라, 실행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글도 생각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거든요. 실행해야 합니다. 실행하는 자만이 성장하고, 더 많은 것을 쓸 수 있으니까요.
세계는 절대적인 것으로 가득, 가득 차 있다.
이것을 보는 것은 곧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피에르 테일라르 드 샤르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