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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l 31. 2018

[읽고쓴다②] 법보다 먼저 살아 있는 삶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 독후감

1. 법은 힘이 세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난쟁이 아버지는 아들딸에게 말한다. “법은 그들의 편이다.” 사회적 약자 가족이 경험한 법은 집을 부수고, 이웃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하고, 아버지가 자살하게 하는 거대한 힘이었다. 법은 난쟁이에게도 힘이 셌지만, 힘 센 대통령들도 골치아파하는 존재(3장 2절, 6절)였다.


2. 법은 전쟁터이다. 
법이 힘이 센 이유는 해야 하는 일이 많고 무겁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무수한 삶이 있다. 한켠에서는 신문 부수를 두고 살인이 일어나고(161쪽) 한켠에서는 9500억원(196쪽)이라는 가늠도 안 되는 돈이 정치자금으로 상납된다. 7급 공무원 자리를 두고 제대군인과 비제대군인이 형평성을 다툰다. 이처럼 무수한 삶마다 이익이 무수히 다르다. 불교의 인드라망 같이 복잡한 이 이해관계에서 모두가 공평해지길 원한다. 그 무거운 책임을 진 것이 법이다. 그러나 얽힌 삶이 많다보니 법은 늘 시비를 가리고 다투어야 한다. 

3. 헌법은 전쟁터 위에 떠오른 나침반 별이다. 
그러나 법리를 다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의 편이냐가 모든 것이다.(173쪽)”라는 말처럼, 이 다툼은 정답을 알기 어려운 것이어서 곧잘 정치적인 것으로 비화한다. 이해주체 간의 힘겨루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지역 소주에 관한 판시 역시 지역균형발전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평의 개념을 보여주는 예시였다. 누가 옳은지 알기 어려운 이 다툼에서 헌법은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을 잊지 않도록 돕는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소득의 분배를통해 경제의 민주화도 잊지 않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4. 별을 보고 길을 찾아가는 것은 사람의 몫 
그러나 이 나침반 별은 매우 추상적이다. 좋은 말이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길을 열어가는 것은 사람이 몫인 것이다. 그것은 싸우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들은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긴다. 전두환의 내란행위에 대한 “혐의없음”이라는 한 줄의 판결은 눅진하고 비릿하다. 수많은 피와 눈물보다 권력이 강했기 때문에. 이것은 진 싸움이었다. 군가산점 폐지는 한국 사회에서 거의 신성시 되는 영역에 맞선 싸움이었다. 젠더 문제에서도, 제대 군인의 보상에 대한 관점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된 이긴 싸움이었다. 법은 비틀거리며 싸워온 사람들이 기워 온 조각보인 셈이다. 나침반 별인 헌법은 매끄럽고 아름답지만 그걸 보며 그린 길은 튀어나가고, 휘어지고, 굽기도 했다. 그러나 어떠랴. 끊임없이 길을 찾아온 것으로 사람은 사람의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5. 맺으며 
법은 그 센 힘으로 우리의 삶을 바꾼다. 허례허식을 규제하고, 과외를 못하게 하고, 땅투기를 못하게 하고, 동성동본과 결혼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피 흘리고 눈물 흘리고 땀을 흘리며 싸워서 법을 바꾼다. 검열을 못하게 하고, 국가가 해주어야 하는 보상을 다른 약자들의 것을 빼앗아서 주지 못하게 한다. 법은 하루도 바람잘날이 없었고 없으며 없을 것이다. 이 계속될 다툼은 우리에게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준다. 어렵게 지킨 가치들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두렵다. 그러나 우리가 졌던 싸움이 아직은 완전히 지지 않은 것이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지더라도 지지 않는 마음으로 법보다 먼저 살아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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