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유 Oct 24. 2021

나에게도 기분 좋은 아침 8시가 올 줄 몰랐다.

Intro

 아침 7시 50분. 8시 알람이 울리기 십분 전쯤이면 잠에서 깨 이리저리 팔다리를 늘려본다. 올해부터는 암막커튼을 버리고 아침햇살을 맞이하기로 했다. 밤 사이 벗겨진 수면안대,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빨리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여유, 곧 시작될 나쁘지 않은 하루. 나에게 이런 기분 좋은 아침 8시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심리상담으로 변화한 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면, 바로 이 아침 8시를 말하고 싶다. 학창시절부터 지옥철에 몸을 싣던 직장생활까지 아침마다 축 늘어진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생각했다. '아.. 벌써 아침이네.' '빨리 일어나야 하는데.' '30분만 더 자고 싶다.' 눈을 감고 머리를 감으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고뇌하고, 떠지지도 않는 눈에 렌즈를 쑤셔 넣곤 했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들기 위해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전날 과음하지 않기, 과로하지 않기, 건강한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쁘지 않은 하루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하루를 기대하는 것. 소풍도 기다려본 적 없던 아이가 평범한 하루를 기대하는 어른이 되었다.


 우울에 푹 절여진 19살 때의 일기장에 그런 말이 있다. '나는 삶에서 단 하나의 행복한 기억도 찾기가 어렵다.' 유치원때부터 사회성이 zero였던 나는 늘 혼자였고, 나 자신의 일부분을 혐오했고, 집은 조용하지만 불만과 비난이 자주 오갔다. 아버지는 화가 많았고, 어머니는 불안해보였고, 동생에겐 나의 좌절된 통제욕구를 푸느라 명령하고, 괴롭히며, 못되게 굴었다. 초등학생 때는 나만 보면 기분이 나쁘다고 등을 짝! 때리던 남자아이가 있었고, 중학생 때는 이유 없이 돌아선 친구들이 있었고, 내 앞에서 나를 욕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으며, 고등학생 때는 무시당한 인생이 조금은 나아질까 싶은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내 인생을 3등분 한다면, 우울하고 말수가 없던 10대, 희망차게 열심히 오르막길을 오르던 20대, 희망이 공허감이 되어 내 삶을 찾아 떠난 30대로 나눌 수 있다. 29살에 처음 심리상담을 만나 삶에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좋아하는 것을 인생에 하나둘 채워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희망이 공허감이 되는 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상담사가 되었다.


지난 몇년간 새로운 선택과 실패, 혐오하던 나의 일부분과 화해하는 과정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장래희망에 ‘회사원’이라고 적었던 무기력한 아이가 회사원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 과정이고, 아침마다 하루가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던 아이가 매일 아침 작은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이다. 나에게도 기분 좋은 8시가 올 줄 몰랐다. 정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