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단어

by 예령


2025년 1월 8일


한 편의 영화가 끝났다
거창한 미사여구 없이
사랑이란 것을 배웠다

맺어진 마음의 틈으로 들어선
또 하나의 마음으로
심장이 터질 듯 사랑했다

빛과 어둠
무수한 단어와 문장을 가르는

나를 가장 무르게 만들던
단 하나의 단어를 배웠다




픽션이든 현실이든 어떠한 형태의 이별은 모두 슬프다. 고되고 긴 슬픔의 끝이 또 다른 길을 알려주듯 그때서야 ‘사랑’이라는 단어를 뱉어낸다. 받고 있을 땐 벅차도록 행복해도 익숙해지면 무뎌지는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수많은 표정으로 마주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끔씩, 자주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가장 먼 거리에서 보면 사랑. 한발 다가가면 기쁨과 슬픔과 벅참. 또 한발 들어가면 다정한 말과 따뜻한 온기, 포근한 숨결까지. 사랑이란 건 사소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쌓여 만들어낸 하나의 시나리오 같다. 주인공이던 시절이 지나가고 극이 끝난 뒤 남겨진 잔상은 각자의 의미대로 새겨진다. 그리고 그 끝엔 어떠한 모양이었든 사랑이라는 자국이 남게 된다.


긴 시간 같아 보여도 돌아보면 시간은 마치 별똥별 같다. 검은색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고 사라지는 별빛과도 같은 시간. 언제 또 마주할지 모르는, 인생에 있어 몇 되지 않는 순간같이 느껴진다. 그런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모든 걸 후회 없이 쏟아내야지’ 되뇐다. 하지만 한편으론 모든 걸 쏟아내고 마주할 남겨진 마음이 두렵기도 하다.




사랑한다는 말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어떤 단어로 표현할 것 같냐는 질문을 본 적 있다. 그런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보고 싶다는 말로 대신할 것 같다. 사랑하는 만큼 보고 싶은 법이라고 믿는 나에게 사랑을 다르게 표현할 길은 아마 그 말 밖엔 없을 것 같다.


수많은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대체할 단어에 대해서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단 하나의 단어로 존재하는 귀한 마음인 만큼 나는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까 괜스레 곱씹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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