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가치
2024년 05월 27일
한 사람의 존재란 가히 대단하다
그 하나의 존재로 인해 계절마저 바뀌니까.
함께하던 모든 계절은 찬란하고
그의 반대는 무감각하니까
요즘 문득 ‘존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예고되지 않은 채 불쑥 마음에 들어앉는 것. 곱고 고운 마음들로. 혹은 어딘가는 삐뚤어지기도 한 채로 형태 없이 일상에 자리 잡아 버리는 것. 때론 익숙함에 잠시 해이해지고,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시리도록 깨닫는 것. 누군가에게 하나의 존재로 기억되고, 내 기억 속에 누군가의 존재가 자리하는 것. 그 존재라는 것은 쌍방이든 일방이든 아프고도 아름답다는 것.
내가 로맨스 영화를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에는 '단 한 사람의 가치'에 있다. 어떤 말로도 형용하지 못해 서툴기도 하고, 기꺼이 나의 모든 것과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그 존재라는 것에 항상 감탄한다. 사랑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을 다채롭게 만든다는 것에 대해. 그게 나 자신이든, 내가 싫어하거나 혹은 좋아하던 사소한 것들이든 그 힘으로 무너지던 것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좋다. 할 수 있는 한, 힘이 닿는 한 마음껏 주고 마음껏 받아보고 싶은. 내가 평생을 걸고 품는 유일한 욕심이기도 하다.
사랑할 것들이 무수하고, 사랑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걸러내며 마음 한편을 하나의 존재들로 가득 채운다. 하나의 가치가 차곡히 모여 추억을 만들고, 나를 만들고, 인생을 바꾼다. 난 그 사실을 참 좋아한다. 물론,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도 인생이 무너질만한 큰 상처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이기에 누군가는 낭만에 찬 소리라 말할지 모른다 하더라도 난 기꺼이 또 사랑의 힘을 믿는다. 누군가를 마음에 들이고, 마음을 주게 될 것이다.
우린 서로 누군가에게 존재한다. 내가 가족들의 아프고 애틋한 존재인 것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가슴 아린 존재인 것처럼. 친구들에게 소중하고 따뜻한 존재인 것처럼. 나에게 자리 잡은 그들을 나 또한 순애(純愛, 殉愛)한다.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함께 늙어가고 싶은 작은 마음들. 때가 되어 피어나는 꽃에 기뻐하고, 지나가는 것들에 웃음을 띠며 소리 없이 내리는 눈에 작은 공감을 표하는 그런 존재들이 있어 또 하나의 하루를 맞이한다.
빼곡히 채워낸 존재들이 항상 내 품에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잠시 머물다 가는 햇살처럼 떠나갈 수도 있는 존재들에 아파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존재의 행복을 사랑을 통해 배우고, 사랑으로 인한 존재의 부재에 무수히 아프기도 한다.
나는 그런 사랑을 했다. 오랫동안 간직될 내 기억의 방 한편을 기꺼이 내어주었고 마음의 문은 활짝 열어둔 채로 두 팔 벌려 맞이했다. 마음껏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기도 하며 사랑했다. 문득, 그 존재가 없어진다면 내가 맞이하게 될 겨울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들은 반대로 작용할 것이다. 두 눈에 비친 반짝이는 별에 아파하고, 파도의 소리를 들으면 마치 그게 우리의 슬픔 같아 슬퍼하고, 날이 좋으면 서글프고, 비가 오면 울적해지겠지. 매일 맞이하는 시간과 공기의 틈에 모든 것을 부여하겠지. 흔적은 깊고 추억은 길어 슬퍼하겠지.
그럼에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사랑하는 존재로 사랑받는 존재로 누군가에게 뜨고 지는 햇살로 남고 싶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 무수한 단어들을 만들어낸 어떤 이들의 사랑처럼. 오래도록 그들의 기억 한편에 남기 위해, 나를 위해 존재하고 싶다.
ps. 내가 알게 된 어떤 이들의 사랑에 대하여
cuddly(사람이 사랑스러워) 꼭 껴안고 싶은
tempus fugit, amor manet_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moonstruck(특히 사랑에 빠져) 약간 이상한 [미친 것 같은]
lovelylove_사랑에 빠진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moonstruck love_꿈결 같은 사랑
익애(溺愛)_흠뻑 빠져 지나치게 사랑하거나 귀여워함
다솜_애틋하게 사랑함
Miluji tě_나는 너를 사랑한다(사랑합니다)*tmi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던 문장이다.
순애(純愛)_순수하고 깨끗한 사랑
순애(殉愛)_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