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단 말의 비밀

by 예령


2025년 05월 30일


보고 싶단 말은 사랑한단 말의 비밀
아무도 모르게 떠올리고
아무도 모르게 그리워하다
이내 사랑한단 말로 터지고 마는

보고 싶단 말은 사랑한단 말의 비밀
괜시리 미운 날에도
시간의 마법에 걸려 내내 떠올리다
이내 사랑하고 있음에 지게 되는

보고 싶단 말은 사랑한단 말의 비밀
가장 은밀하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너와 함께 나누고 싶은 비밀 아닌 비밀




언젠가 보고 싶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마음은 아직도 변함없지만 문득 보고 싶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의 비밀스러운 이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난 부재에 관한 그리움이 주는 사랑의 단어가 그리도 애틋하게 들린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 그것만큼 사랑이 충만한 말이 있을까, 오래도록 곁에 남아 두 눈에 사랑하는 이를 가득히 담아두고 싶다는 고백이 싫을 수가 있을까.


가끔씩 보고 싶은 이가 떠오를 때면 이내 다음 생각이 꼬리를 문다. 누군가도 나를 보고 싶어 할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추위보단 따스함에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맑은 날 몸을 데우는 햇살과 물 위에 따스히 내려앉아 반짝이는 윤슬을 볼 때 떠오르는 사람이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그런 햇살이 되고 싶어 하루하루 너른 마음에 씨앗을 심는다.


보고 싶을 땐 보고 싶다고 말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난스럽게도, 어쩔 땐 고요히 마음속 한편에 남겨두고 싶기도 하다. 은밀하고 애틋한 단어의 촉감을 느끼며. 언젠간 꼭 말해줘야지. 잠들기 전 마주한 어둠에 네가 떠올랐다고, 끝이 없는 저 바다를 보며 네가 떠올랐다고. 보고 싶단 말이 평범한 하루에 선물이 되길 바라며. 내가 건넨 말이 문득 떠올랐을 때 힘이 되길 바라며. 넌 나에게 그런 존재라고 선물해 주어야지, 그렇게 품는다.


오늘도 역시나 사랑하는 이들이 기억 한편에 유영한다.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선물해 주어야지, 하며 몰래 숨겨보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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