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배 Zoe Aug 08. 2023

인생이란 게임의 목표

22-11-06, 정답은 사랑이었다

사랑이다. 나는 사랑하고 싶어서 호주로 왔다. 어떤 실천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지 채 2주가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 질문의 해답을 찾았다. 모든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었다. 요 며칠 그토록 궁금해하던 질문의 해답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길의 방향이었다. 삶의 지도를 이렇게 쉽게 얻어버렸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길로 둘러 도서관에 간다. 멋있게 지은 집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인테리어가 어찌나 다양한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걷는다.



어딜 이동하기 전에는 꼭 운영시간을 확인하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불행히도 나에게는 그런 버릇이 없다.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아 앞쪽 테이블에 앉았다. 해야 할 게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어 일기만 겨우 썼다. 그 마저도 해가 심하게 들어 자리를 정리했다.



햄버거를 사 와서 주디와 나눠 먹고 나는 강의를 조금 시청한다. 마침 마음에 들어오는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에 대한 정의를 성공한 사업가의 관점으로 말해준다. 고루 지속되는 행복을 유지하는 것. 내가 안간힘을 써서 나를 자꾸 다잡는 이유와 같다. 어려운 상황에 깊이 빠져 매몰되고 싶지 않다. 행복이 주어진다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누리고 싶다.


오기 전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봤다. 초반에는 모두가 다 어려워하고 힘들어한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이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시간 지나 그때가 좋았음을 알게 된다.


나는 자주 미래에서 나를 본다. 지금 이때를 불안으로 흘려보낸다면 분명 후회할 거란 게 보인다. 뒤늦게 잘못을 뉘우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디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이제는 각자의 이야기를 써야 할 때가 온 거다. 주디의 앞날에 너무 큰 걱정과 불안이 스며들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그렇게 놓쳐버리기엔 아쉬울 빛나는 청춘의 자락이니까.



주디가 떠난 자리를 외로워할 틈도 없이 나는 할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함께 있으면 정신이 자꾸 줄을 놓아서 어려운 때가 많았다. 저녁을 간단히 해치우고 홀로 있는 나를 소피가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다 생각지도 못하게 닮아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소피는 어떤 목적으로 삶을 그리도 바쁘게 살았을까?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새파랗게 젊은 이들보다 더욱 치열해 보이게 살던 이유가 뭐였을까?


정답은 사랑이었다. 소피의 삶은, 내 목표를 향해 가는 삶이었다.




소피는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다. 알게 된 지 단 며칠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 관록이 남다르단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소피의 셰어하우스에 들어올 때 소피와 연락을 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문자로 용건만 간단히 남겨야 빨리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소피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모든 상황을 단순화시켜 정리한 채 삶을 일구었다. 그러니 누구에게는 하나만 가져도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법한 직업을 세 개나 가질 수 있던 거였다.


소피는 그 일들을 하는 걸 한껏 즐거워하며 누렸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소피를 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본다. 소피를 10년 전에 본 사람들은 어쩜 더 젊어질 수 있는지 놀란단다. 소피도 신기해했던 건, 10년 전쯤에는 모두가 그리 특출 나게 바라보지 않았는데 요즘엔 너무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소피는 그 이유를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소피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소피의 삶에 기쁨이 넘쳐흐른다는 게 느껴졌다.


어제까지 들었던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오늘 들은 이야기에 반전이 있다.



소피의 모든 삶에는 사랑이 묻어나 있다. 우리가 시티 중심에서 곤욕을 치르며 이곳으로 넘어왔을 때 우리는 정말 따뜻한 품속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모두 소피가 사랑으로 이곳을 운영하기 때문이었다. 소피의 운영 체계에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 명이라도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돌보고자 셰어하우스를 운영했다. 소피가 거실에서 지내는 이유는 방 하나라도 더 내어주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시드니는 지금 방 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 한두 명이라도 더 거두기 위함이었다. 다른 집을 두고 이곳에 지내는 이유 또한 셰어하우스를 더 잘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소피는 관리하는 여러 집들에 출근하듯 들러 쓸고 닦고 정리하고 있었다.


소피가 출근하는 가게의 손님들에게는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소피의 도움을 받기 위해 가게를 자꾸 찾았다. 소피가 그 가게의 영업왕이 된 비결이었다. 강의에서 또한 소피는 건강해지는 법과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꾸 삶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했다.




나는 삶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자꾸 바라보다 안 되겠기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고, 그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를 찾고 싶었다. 우선은 공부도 하고, 돈도 벌면서 실마리를 찾아가려고 호주에 왔다. 그 해답은 사람들을 만나가며 천천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온 이들이라면, 삶이 순탄하기보다는 굴곡져 있지 않았었을까 하고.


그런 이들을 너른 품으로 안고 있는 사람을 나는 이 워홀의 시작 지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모든 문제의 해답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면 가능하다고.


조건 없는 사랑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그녀의 사랑이 내게 촉촉하게 스며들어 온다.

이전 05화 호주에서도 갈비찜 만드는 건 아주 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