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녀 Apr 27.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퇴근길을 꽉 채운 자동차들 너머로 붉은 신호등이 보인다. 제법 완연해진 봄기운 탓인지 해가 져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다. 차창을 열고 길가 언덕에 늘어선 꽃들의 수다를 엿듣는다.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들 속으로 준호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신기한 일이다. 오가는 길에, 잠결에, 일하는 중에, 수백 번을 듣고 또 들었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순간들이 있다. 익숙하고 심심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연인이 되는 상황과 충격 정도가 비슷하다. 살다보면 별 희한한 일들도 많이 보고, 듣고, 심지어 직접 당하기도 하면서 내 생에 이런 일이! 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쓰게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럴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또 하게 된다. 랩을 듣다가 울고 있다, 내가.                



Pressure!     

baby I’m still alive baby I’m still alive

내 귀를 막아도 내 눈을 가려도 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너무 많아

I don't wanna go home with nothing. there is nobody. 

OH, you got me saying "just nothing."

모두 내게 give it up, give it up, give it up.

하지만 난 don't give up, don't give up, don't give up.

a little pressure 아무 것도 아냐 단지 pressure 

오늘 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내게만 shine a light

just a little pressure 벗어 던지고 싶어 난 pressure 

오늘 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내게만 shine a light     

baby I’m falling down.

baby I’m falling down.

이겨내려 해도 벗어나려 해도 한없이 끌려 내려가 끝없이 밑바닥에

점점 앞이 보이지 않고 귓가에 음악이 들리지 않을 때쯤

누군가는 give it up, give it up, give it up.

하지만 난 don’t give up, don’t give up, don’t give up.

a little pressure 아무것도 아냐 단지pressure 

오늘 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내게만 shine a light

걱정하지마 just a little pressure 아무것도 아냐 단지 pressure 

오늘 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내게만 shine a light

just a little pressure 벗어 던지고 싶어 난 pressure 

오늘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내게만 shine a light     

째깍째깍 시계 침 돌아가는 소리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시간

두 손 가득 받은 물 손가락 사이로 새나가듯 붙잡을 수 없는 내 청춘아

한참을 뛰었어 쉴 새 없이 두 다리가 휘고 허리가 부러지고 어깨가 끊어져도

이명 증세에 귀가 안 들리고 눈앞이 캄캄해도 절대 쓰러질 수 없는 지금

오로지 내 꿈을 향한 집념 하나만으로 버텼어

남몰래 흘린 눈물과 땀 그리고 피 한 방울까지 다 소중해

힘들 때 같이 눈물 흘려준 곁에 있는 사람들 다 소중해

더는 멈출 수 없어 더는 멈추기 싫어

한참을 갈망하던 지금 내 앞에 니가 있어

I got the micro phone check

one two Re action     



예술을 한답시고 멀쩡히 잘하고 있던 선생질을 그만두었을 때가 생각났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밖에 없던, 순진도 순정도 지나쳐 순두부같이 물러터진 심성에 태생적인 겁쟁이 기질이 얹혀 그 누구의 눈에도 당찬 구석이라곤 1도 없던 내가,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노래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을 때,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 때, 기획을 하겠다고 했을 때, 매 순간, 각각의 단계 마다 넘어섰던 시선들이 차례차례로 떠올랐다.      


네가?      


그 한 마디에 담겨있던 무시와 비웃음을 넘어 나의 지금이 있다. 책 좀 읽으니까 글도 잘 써질 거 같나? 안 팔리는 시를 써서 어찌 먹고 살려고? 개나 소나 다 찍는 사진이 돈이 되겠어? 한 우물을 파야지 그렇게 이것저것 쑤석거리면 제대로 하는 거 하나 없이 주저앉게 될 거라고 하면서 걱정, 걱정, 걱정인척 하는 말들! 재주 많으면 밥 굶는다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를 21세기에 들먹이며 저도 못 가본 성인의 경지를 가르치고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조언, 조언, 조언인척 하는 말들! 그럴때 마다 느꼈던 기분, Pressure! 그래, 그 길, 나도 지나왔지. 너도 지나왔구나. 그래서 지금 거기에 있는 거구나. 기특하다. 어른이랍시고, 나잇값하자 버텨왔던 나보다 더 기특하다.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후회하면서 기운 빼는 대신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깊어지기 위해서,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나도 나만 아는 터널을 지나왔는데, 너는 더 힘들었겠구나. 덜 여물고, 서툴고, 초조했을 텐데. 그래서 더 눈물겹다. 너의 외침이.      


오늘만큼은 내게만 shine a light       


아마도 너의 오랜 팬들은 이 외침을 처음 들었을 때 너와 같이 울었을 것이다. 내가 오늘 우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너를, 목표를 향해서 계속 달리는 너를, 함께 지켜온 그 사람들이 부럽고 감사하다. 미안함은 내 몫이 아니니 갖지 않는다. 나도 힘든 시간이었으니까. 이제야 너를 알게 된 것이 어쩌면 내게도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싶어. 나는 내가 겪지 않는 고통들에 둔감한 사람이니 지나온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너를 이해하지 못 했을 거야. 그저 인기를 욕심내는 젊은 청춘의 푸념 정도로 받아들였겠지.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지난 시간이 함께 하는 세계를 여는 열쇠다.     



自 存

     

눈물이 차오르면 쥐어짜서 손등에 떨어뜨린다. 

절. 대. 로. 

쏟아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흐르지 않게 조심조심 

눈 속 깊은 곳까지 이르러 있는 

실핏줄 같은 희망, 차마 놓을 수 없어 

여태 붙들고 있던 그 꿈을 

손등 위로 던져 

흐르게 내버려 둔다. 

입술은 피가 나게 깨문다. 

턱을 떨지언정 입은 벌리지 않는다. 

손가락 끝에 매달려 있는 날카롭고 뾰족한 손톱이 

나를 할퀸다. 

상처가 깊어도 다문 입술을 풀지 않는다. 

고집스럽다.  

눈은 부풀어 오르고 

입술은 선홍색으로 아름답게 단장한다. 

삶의 부질없는 결과물이 되지 않게 

모든 것을 추억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 꾼. 다. 

지나간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이미 없는 것이다.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 중년의 어른들은 다들 크고 든든하고 잘 여문 느낌이었다. 스무 살의 어리고 순진한 내 눈에 비친 그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잘 잡고 빛나고 있는 성숙한 개체들이었다. 그들은 어설픈 나의 실수를 바로 잡아주고, 친절하게 인생의 길 안내를 해주고, 늘 한결같은 얼굴로 웃었으며, 누구에게나 여유 있는 마음, 눈빛, 손길을 내밀어 주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어찌어찌 중년이 되어버린 나는 지금의 스무 살에게 무엇을, 무슨 말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망연자실하며 진퇴양난의 협곡에 수시로 빠져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만나지는 스무 살의 아이들이 나를 보며 "멋져요"라고 말하면 나는 두려움이 앞선다. 얼마나 더 멋지고 근사해져야 저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게 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하자 싶어 지인이 늘 읊조리는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을 읽는 스무 살에게, 어찌 살 건지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독촉하는 주변에 둘러싸인, 혹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그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그게 무엇이든 멈추지 말고 해치우라고. 

나이 서른에, 마흔에, 심지어 쉰에 뒤늦게 뭐든 해보자고, 다 늙어 새삼 그 무엇을 하려고 할 때 마다 나이가 몇인데... 라거나, 사람들 눈이....라는 소리를 하면서 진즉에 이리 살 걸... 하거나, 왜 그리 못살았을까....하는 건, 속된 말로 지독하게 촌발~ 날리는 일이니 꼭 무엇처럼, 어떻게, 잘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말고, 그저 살고 싶은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살아지는 대로,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어차피 겪을 일들은 쉽게 스쳐지나가지 않을 것이고, 그 모든 경험들이 그대들을 그만큼 성장시킬 테니 겁먹을 필요 없다고.       



오늘만큼은 네게만 shine a ligh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