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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녀 Apr 16. 2022

늦덕이어도 행덕하고파

the more we love you


부실한 몸체를 늘 달고 다니는 혹처럼 여겼지만 정작 진짜 피로감을 느껴보니 이건 좀 곤란하다 싶다. 다행히 갑자기가 아닌 점진적 근로시간 확대였던 탓에 한방에 쭉~ 뻗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쌓여가는 피로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가 지고 나면 몸이 쳐지고 둔해지면서 어딘가 자리를 찾아 눕고 싶어지는, 그야말로 백만 년 전에나 경험해봤던 피로감이다. 일이 고되어도 기운이 넘쳤고 장시간 혹사를 당해도 오기가 체력을 넘어서는 근로달인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던 날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나이 탓이다 여기자니 서글프고 원래부터 부실해진 몸 탓을 하자니 억울하고 설마 이도저도 아닌 게으름인가 하는 생각에 화들짝 놀란다. 너무 배가 고프면 식욕도 꺾인다는 걸 요즘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일로 피곤해진 몸을 정신으로 다스리는 이상한 방식의 균형유지 방법이지만 몰두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그것만 생각하다 보면 주변과 세상이 그나마 편안하다. 요즘 이준호만 생각하고 있다는 변명을 참 길게도 한다. 부끄러워서 그런가보다 하시라.      


모든 사물과, 의지와, 개념은 반드시 반대의 얼굴을 갖고 있다. 느끼는 감성과 분석하는 이성. 

이성이 분별하는 일을 감성이 거부하면 화가 속으로 미치고 감성이 흡수하는 일을 이성이 거부하면 독선이 된다. 둘 다 불확실하고 애매한 얼굴이긴 마찬가지,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물병자리는 바로 이 양면의 칼날 같은 이중성을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나왔다. 뜬금없이 무슨 별자리냐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준호 얘기다. 이준호는 자유를 상징하는 바람(다른 의미로는 공기를 뜻한다)과 동결(주관과 고집)을 대표하는 겨울, 거기에 돌발적 충동이 혼합된 사람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꽤나 합리적인’이 되겠다. 안과 밖을 아우르는 상징물이 보여주듯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작은 꽃병이라면 그만큼 속도 작겠지만 커다란 항아리라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때문에 어떤 물병들은 그저 상냥하고, 영리하고, 딱 그만큼 고민하는 탓에 주변인들에게 잘 읽혀지는데 어떤 물병들은 속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심오한 고민들을 안고 살면서도 세상에 없는 자유를 누리기도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미혼의 천칭자리라면 지금부터 그와의 연애를 상상해도 괜찮다. 세상 다정한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고 당신의 우아함과 주변을 살피는 센스, 탁월한 중재 능력에 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될 테니. 양자리도 나쁘지 않다. 그는 당신을 놀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천진난만한 당신의 미소,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것이다. 다만 불(양자리는 불이다)과의 연애는 물병의 에너지 소비가 많고 그로 인해 주변에 잡다한 영향을 끼치게 되니 결과적으로는 물병에게 손해다. 어쨌든 천생연분 궁합이라 해도 연애의 기본은 쌍방의 노력이니까 무작정 궁합만 믿고 사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노력이 상극의 인연보다는 훨씬 수월하고 자연스러울 것임을 알려주는 것뿐.      



그는 연애의 본질을 확실히 꿰뚫기 위해 끝없이 고민한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 맞는 건지, 감정 자체에 취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대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자기처럼 헷갈리고 있을 수 있다고 혼자만의 배려아닌 배려를 하는 것이다. 처녀, 염소, 황소와 궁합이 좋지 않은 이유다. 너무 달라서 끌렸다가도 융통성 없는 성격과 만나면 줄행랑을 친다. 더없이 로맨틱하지만 속박은 거절한다. 이 또한 혼자서 정중히 거절하고 멀어지기 때문에 당신은 거절당했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할 테지만. 서른이 넘었으니 이제 사회생활의 된 맛도 보았고, 팬들의 사랑을 받아 성장하는 캐릭터답게 자기 관리도 철저하게 잘 할 테지만, 물병의 블랙홀, 연애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물병에게 연애는 좋아하는 과목 선생님이 던져준 골치 아픈 숙제와 같다. 너무나 잘하고 싶고, 심지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술술 풀리지가 않는. 상대를 탓할 수도 없다. 본인 탓이니까. 그래서! 성향으로는 그의 오락가락을 이해하면서 스스로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고 주변을 정리하는 천칭과의 궁합이 좋다. 공식적인 생일뿐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그의 챠트를 볼 수 없고 그로 인해서 추측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 더 길게 쓰기는 어렵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시간까지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정보를 공유해주시길~ ^^       



덕질기록을 시작하면서 나름의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쳤더랬다. 발을 내딛는 단계마다 만나질 사람들과 그로 인해 최애에게 더 가까워질 나를. 그러나 짐작했던 평화는 온데간데없고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아서 도무지 최애에게 집중할 수 없는 날도 있었다. 어느 잊프님의 말처럼 혐생을 덕생으로 치유해야 하는데 거꾸로 덕생이 주는 상처가 멀쩡한 내 일상을 혐생으로 만든 꼴이다.        

'다르다''틀리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말을 혼용하면서 여기에 '아니다' 라는 말까지 곁들여 온통 부정과 비판일색의 언어로 상대를 깎아 내리고 모욕하는 일을 예사로 한다. '다르다'는 '틀리다'와도 '아니다'와도 결부될 수 없는 순전한 독립 언어로 완벽하게 다른 성질과 형태를 갖추고 있는 두 객체를 분류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어떤 정의에 의해 짓밟히는 소수를 대변하는 희생적인 언어로 쓰인다. 그럴 때의 '다르다'는 말만 '다르다'일뿐 '틀리다'와 '아니다'의 뜻을 내포하고 상대를 향해 휘두르는 강력한 무기로 돌변한다. 다수가 곧 정의가 되던 시대도 물 건너가고 소수를 위한 배려가 지나친 나머지 소수가 곧, 짓밟히고 있지만 건강한 정의인양 역설적으로 살아남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절대불변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자신과 다르면 가차 없이 틀린 것, 아닌 것으로 몰아세우는 사람들의 '정의감'이다.      



다른 누군가의 시선과 무관하게 내 멋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곳에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내뱉었다가 호되게 당한 이후로 말을 아낀다. 내 생각의 무지함을 비웃고 심지어 인격까지 의심하는 이들에게 진심을 설명할 기회도 없이, 속된 말로, 까였는데, 다행히 내 멘탈이 이미 오래 전부터 울트라메가톤파워를 탑재하고 있던 차라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나름의 충격은 분명히 있었다. 우리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른 시간 속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던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어떤 말이, 행동이 내 마음과 똑같을 확률은 매우 낮고, 그로 인해 이해보다는 오해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 심지어 우리가 의기투합하는 단 하나의 존재, 이준호를 제외하고 나면 아무런 공통점이 없을 수도 있다.       



3개월 동안 내가 겪은 팬덤의 세계는 너무나 정직했다. 정직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었으며, 강력했다. 단순하고 이기적인 누군가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면, 단언컨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대면하고 있는 상태라면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들을 서슴없이 쓰고 거리낌 없이 옮기는 이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문제를 일으키고 그 문제를 이슈화하는 사람들 덕분에 팬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술렁였다. 두려운 것은 속도였다. ‘다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틈도 없이 ‘틀린’것으로 규정짓는 속도. 규정짓고, 비난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잊는 속도. 최애를 향한 사랑과 관심, 이해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         



우리 모두는 실수와 잘못에서 자유롭지 않고, 때때로 세상이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본다. 무차별적인 ‘비난’보다 서로에게 건네는 ‘염려’가 더 많아지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최애가 더 크고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날아오를 때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달처럼, 지구처럼, 둥근 모양의 하나이기를, 꿈. 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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