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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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기업과 관련하여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출혈경쟁' 아닐까요? 모두가 적자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치킨게임, 이번에도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쿠팡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은 너무도 익숙합니다. 이러한 이커머스 시장 내 만연한 적자는 알고 보면 비즈니스의 특성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요.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10가지, 가장 먼저 오늘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왜 대부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오프라인 커머스에 익숙하셨던 분들은 흔히 이커머스에 뛰어들면 쉽게 돈을 벌거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우선 온라인 쇼핑몰은 별도의 매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매장이 없으니, 당연히 매장 직원도 없어도 되지요. 근데 파는 물건은 오프라인 매장과 똑같습니다. 하나를 팔면 남는 이익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이거 '거저먹는 장사네'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결국 이커머스 수익구조에 대한 착각은 '낮은 고정비'의 신화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2021년 기준 신세계 백화점의 손익계산서상 임차료 계정과 감가상각비 계정이 전체 판매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 정도 됩니다. 반면 2018년 기준, G마켓에 이를 대입하면 고작 2.4%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마진율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이커머스가 훨씬 유리한 구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익히 아는 대부분의 유명 이커머스 플랫폼은 적자에 빠져 있습니다. 거래액이 1조 원이 넘는 플랫폼 중 무신사를 제외하면 흑자를 내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고요. 심지어 무려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지마켓마저 올해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섰을 정도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돈 잘 버는 이커머스의 신화'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어 대박을 냈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수두룩하고요. 연예인들이 만든 쇼핑몰이 얼마 매출을 올렸다는 가십성 기사도 심심찮게 보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커머스로 물건을 파는 일과, 이커머스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며 돈을 버는 거를 명확히 구분하기만 한다면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커머스 플랫폼 비즈니스로 돈 벌기가 이렇게나 힘든 걸까요? 그것은 사업의 본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적인 커머스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업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입지에 매장을 짓기만 하면, 매출이 어느 정도는 보장됩니다. 높은 고정비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누구나 쉽게 가상의 매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입지의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요. 하지만 거기서 바로 문제가 시작됩니다.
유통업이 돈을 버는 방식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물건을 싸게 사서, 이윤을 붙여 판매하여 돈을 버는 직매입 모델이고요. 나머지는 매장을 만들고 여기에 판매자들을 입점시켜, 발생한 매출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수수료 모델입니다. 흔히 이커머스 플랫폼의 규모를 비교할 때, 매출액이 아닌 거래액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쿠팡처럼 직매입 방식이 주를 이루는 경우, 거래액 대부분이 매출로 잡히지만, 지마켓처럼 수수료를 받는 판매 중개 비중이 압도적이면 거래액 대비 매출액이 작게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수수료율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기본적으로 유통업체의 힘이 더 세다면, 높게 잡히고요. 공급업체의 협상력이 우월하면 작아집니다. 그리고 마진율이 높은 카테고리일수록, 수수료율도 일반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유통업체의 힘이 강한 업태가 백화점과 홈쇼핑이었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둘의 수수료율은 평균적으로 30%를 상회할 정도였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던 이유는, 독점적 채널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우선 백화점만큼 도심에 위치하며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매장이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고요. 홈쇼핑 역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진입 가능한 영역이라 당연히 독점적인 입지에 올라서 있었기에, 입점 업체들은 높은 수수료를 감수해서라도 판매하고 싶어 했습니다.
또한 가격 결정권 자체가 유통채널에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었습니다. 특히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확인 가능한 오늘날과 달리 과거에는 직접적인 가격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했고요. 백화점이 가지는 프리미엄 이미지, 홈쇼핑의 방송이란 메리트 때문에 조금 더 마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커머스는 협상력도, 가격 결정권도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우선 오랜 기간 국내는 독점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이 없었기에, 복수의 채널에 입점하여 판매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커머스 플랫폼은 셀러들에게 늘 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네이버의 존재는 치명적이었습니다. 언제든 고객은 최저가 비교를 통해 더 싼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적다는 점은 당연히 낮은 마진으로 돌아왔습니다. 더욱이 온라인 쇼핑 자체가 '저렴하다'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누구도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았고요.
이 와중에, 조금이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져 갔습니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독점적 사업자가 되는 길이 유일한 탈출구였거든요. 그래서 벌어진 것이 과도한 쿠폰과 할인 행사 경쟁이었습니다. 아무리 고정비가 적더라도, 애초에 수수료율이 낮아 매출액이 거래액 대비 턱없이 적고요. 여기에 개별 마진도 박합니다. 더욱이 마케팅 비용마저 점차 늘어나니 곡소리가 곳곳에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이러한 난세에 등장한 것이 바로 쿠팡과 로켓배송입니다. 쿠팡의 등장은 이커머스 역사에서 상당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직매입 기반으로 규모화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직매입이라는 건, 수수료 모델에 비해 2가지 장점을 가집니다. 일단 가격 통제를 어느 정도 유연성 있게 할 수 있고요. 또한 매출액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물류 혁신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특히 배송을 내재화하면서, 서비스의 품질을 끌어올립니다. 100% 익일 배송은 물론, 당시 쿠팡맨의 세심함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쿠팡이 보여준 빠른 배송이라는 키워드는 고객이 오직 쿠팡을 찾아와야 한다는 이유를 만들어주었고요. 독점적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쿠팡의 성공을 모방하며, 마켓컬리와 같은 후발주자들도 등장하였고요.
하지만 이와 같은 직매입과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은 역으로 천문학적인 적자를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물류센터 투자가 문제였을까요? 아닙니다. 문제는 비대해진 변동비에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은 고정비가 낮은 대신 높은 변동비가 따라붙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매장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고객이 상품을 수령하려면 반드시 배송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물류비와 택배비가 동시에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용은 주문 1건 단위로 생겨나기 때문에, 단위당 수익 - 즉 Unit Economics가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이소와 같이 저가 상품 위주의 업체가 온라인에 부적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물류비와 택배비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주문 건단가가 높다면 이를 커버 가능합니다. 하지만 개별 상품 단위당 마진의 절대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라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되는 거지요.
쿠팡과 컬리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원인은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구조에 택배를 내재화하며 변동비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둘 모두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택배사에 외주를 맡기지 않고 직접 배송에 나섰는데요. 물류는 규모의 경제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에 도달하지 않으면 비용을 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택배 1건당 비용이 2천 원 미만이던 시절, 로켓배송은 6천 원 이상이었다고 하니, 적자가 안 날 수 없던 거죠.
이와 같이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비록 고정비는 낮지만요. 수수료 모델인 경우, 거래액 대비 매출액이 지나치게 적고, 마진이 박하기 때문에 흑자를 달성하기 어렵고, 반대로 직매입 모델로 가자니, 변동비가 통제 불가한 상황에 이릅니다. 결국 그래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거지요.
물론 탈출구는 존재합니다. 우선 가장 쉬운 길은 아마존처럼 압도적 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소 시장 점유율 30% 선을 넘어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요. 다만 말이 쉽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시장 내에서 많아야 고작 2,3개 업체 정도 가능한 방법이고요. 1위 혹은 2위, 좋게 봐줘도 3위 정도는 되어야,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니 말입니다. 더욱이 이미 국내는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업체들에게는 정말 답이 없는 걸까요? 그다음으로 현실적인 방안은 성장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아시스 마켓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오아시스 마켓은 무리하게 성장하는 대신,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 경영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업체 협상력과 가격 결정권, 이에 따라 결정되는 상품 구색과 가격이 가장 본질적인 유통업의 경쟁 요소이고요. 이는 대체로 규모의 경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쿠팡 이후 이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직매입과 풀필먼트, 배송 차별화는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에 있어서 꼭 가져가야 할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고객 경험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특히 온라인에 있어서, 라스트마일을 잡지 않고서는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모든 기업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하면 한다면 시장 내 우월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는 건 맞지만요. 운영 효율성을 높여 변동비를 관리하지 않고선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이커머스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당면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 1위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버티컬 카테고리 내에선 지배적인 사업자의 위치를 차지하여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만한 덩치를 키워야 하고요. 이와 동시에 거래액이 늘어나면 흑자 전환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단어가 바로 '공헌이익'인데요. 현재는 적자인 상당수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공헌이익의 흑자 전환을 근거로, 중장기적으로 완전 수익화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요. 이에 대해 공헌이익은 의미 없는 지표라며 반론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수익 개선, 그리고 거기서 가장 중요한 키로 이야기되는 공헌이익. 이에 대해선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⑤ 이커머스는 왜 낙타보다 유니콘을 여전히 더 선호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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