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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ug 23. 2022

이커머스는 왜 낙타보다 유니콘을 여전히 더 선호하나요?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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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이커머스 산업에서 시장 세분화가 왜 더 중요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들을 우리는 버티컬 커머스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하나의 상품군에 집중하여 성과를 거두고 하나둘 유니콘 반열에 올랐습니다. 마켓컬리, 무신사, 오늘의집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려 합니다. 돈을 쏟아부어, 성장을 가속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을 구사하는 건데요. 최근 이러한 방식이 비판받으면서 유니콘보다 낙타 스타트업의 전성시대라 불리는 와중에, 이커머스 만은 유독 빠른 성장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안 그래도 적자가 나기 쉬운 이커머스 업계는, 심지어 출혈경쟁을 불사하면서까지 왜 유니콘이 되고자 하는 걸까요?



이제 유니콘은 다시 환상 속 존재라고 합니다


 올해 스타트업 업계를 관통하는 최대의 화두는, '겨울이 오고 있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갑작스레 경기가 나빠지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막히기 시작한 건데요. 이러다 보니 과거와 같은 막대한 투자를 받아, 빠르게 고객 혹은 매출 규모를 늘리고 시장을 먼저 차지하는 '블리츠스케일링' 방식의 수명이 다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혹독한 겨울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출처: 왕좌의 게임)


 이커머스 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전펀드의 지원을 받아, 막대한 적자에도 오로지 성장 만을 외쳤던 쿠팡조차 숨 고르기를 하고 있고요. 마켓컬리의 상장은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역시나 명품 커머스 시장이라 할 수 있는데요. 작년 머.트.발이라고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 모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던 것이 어제 같은데,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졌습니다. 더 이상 이와 같은 방식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비가 대규모 투자를 다시 유치하는 등, 어떻게든 불씨를 살리고 있긴 하지만, 작년처럼 3사가 모두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여 TV광고를 하고, 파격적인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던 그림은 다시 보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반면에 이러한 때일수록 다시금 주목받는 개념이 낙타 스타트업입니다.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은, 지금도 모든 스타트업이 꿈꾸는 목표이지만 이제는 설령 유니콘이라도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로지 '성장' 일변도를 외치던 시대에서, '생존'이 중요해진 것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건데요.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흑자를 내는 커머스 플랫폼들인 오아시스 마켓, 오케이몰 등입니다. 이들은 경쟁자들보다 비록 성장성은 떨어지고, 거래액 규모도 작지만 흑자를 내고 있고, 자력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40의 법칙, (성장 없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존이 곧 비즈니스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고, 결국 단지 손익 분기점을 맞추는 걸 넘어서서, 앞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더욱이 지금처럼 투자를 받아야 경쟁이 가능한 시대에는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요.


생존하기만 해선 안됩니다. 적어도 40의 법칙은 충족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출처: SEG)


 이때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나오는 개념이 바로 '40의 법칙'입니다. 40의 법칙이란 좋은 기업, 앞으로 더욱 성장할 기업은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 이익률의 합이 40%을 넘겨야 한다는 이론인데요. 설혹 영업 손실을 보거나, 역성장을 하더라도 이를 보완할 정도의 성장 속도나 수익성을 가진다면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예를 들어, 쿠팡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쿠팡은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15분기 연속 50% 이상 매출이 증가할 정도로 고속 성장해왔습니다. 즉 10% 정도의 영업손실이 나더라도 40의 법칙을 충분히 충당할 만큼 좋은 기업이었다는 뜻인데요. 그렇기에 적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기업 공개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낙타 스타트업이라고 각광받는 기업들도 자세히 보면 대부분 B2B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매출이나 고객 규모의 초기 성장세는 커머스, 콘텐츠 등 여타 산업군에 비해 떨어지지만요. 수익성만큼은 뛰어납니다. 일례로 작년에 유니콘 반열에 오른 센드버드의 경우, 성장세도 뛰어났지만 투자 직전이던 2020년 연간 영업이익률이 27%에 달했다는 점이 큰 점수를 받은 주 요인이었습니다. 유니콘이든, 낙타든,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꿈꾼다면 적어도 빠른 성장으로 규모를 빠르게 키우거나 규모는 비교적 작더라도 수익성이 뛰어나서 현금 창출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커머스라는 비즈니스는 태생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오아시스 마켓의 영업 이익률은 2021년 기준으로 1.6%에 불과합니다. 취급하는 카테고리 특성상, 조금 더 유리한 오케이몰 조차 이익률 자체는 7.4%였습니다. 오아시스 마켓의 경우 매출 성장률이 50%에 달하여 40의 법칙을 충족시켰지만, 오케이몰은 매출 성장도 27%에 그쳤기에, 성장률을 더해도 3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선 빠른 성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규모까지도 중요하다고요!


 더군다나 성장의 속도와 시점도 어느 산업군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이커머스입니다. 오아시스 마켓이 흑자도 내고, 심지어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여전히 새벽 배송 경쟁자인 마켓컬리보다 낮은 기업 가치로 평가받는 건, 거래액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리테일이라는 업 자체가, 결국 물량에 의해 비용 구조가 결정되곤 합니다. 바잉파워에 의해 가격 경쟁력이 정해지기 때문인데요. 유통 운영 효율조차 취급하는 상품 거래액 규모가 클수록 올라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초기 코스트코에 지분 매각한 자본을 바탕으로 가장 빠르게 매장을 확장하여 지금까지도 대형마트 업계를 장악한 이마트입니다. 이처럼 특히나 그로서리를 취급하는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가격 통제권을 이기기 정말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무리 경영도 잘하고, 차별성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1조 원에도 못 미치는 거래액을 지닌 오아시스 마켓의 미래에 베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맥주와 기저귀는 빅데이터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차구매의 힘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출처: 뉴스젤리)


 또한 단순히 매출의 규모를 넘어서 취급 카테고리 범위 또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강화라는 2가지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요소입니다. 혹시 '맥주와 기저귀' 사례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흔히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예시로 많이 활용되는 이야기인데요. 맥주를 기저귀 옆에 두면, 기저귀를 사러 온 아이 아빠들이 맥주를 같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늘어났다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활용하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말고도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면 교차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기저귀와 맥주를 모두 팔고 있지 않았다면 증명될 수 없는 이론이었으니 말입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면 자연스레 교차구매가 활성화되어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의 편의성도 증대되기 때문에, 재방문이나 재구매도 활발해지고요. 이를 원스톱 쇼핑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한 번에 필요한 품목을 모두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양적인 규모를 키우고, 고객 편의성 및 리텐션 증대 차원에서 질적인 상품 구색의 규모도 키워야만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오픈마켓이 되고자 합니다


 앞서 버티컬 커머스들이 결국 장기적으로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한다고 했던 내용 기억하시나요? 이처럼 버티컬들이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을 욕심내는 이유는, 단일한 상품군에선 성장의 한계가 있고, 고객의 리텐션 증대를 통해 수익성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이 궁극적으로는 종합 플랫폼과 오픈마켓을 지향하게 됩니다.


 우선 종합 플랫폼은 아시다시피 다루는 상품군의 범위에서 나온 표현인데요. 여기서 오픈마켓은 좁게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최소한의 제한으로 열려 있는 플랫폼을 의미하지만, 광의로는 직접 상품을 사 와서 판매하는 직매입 구조가 아니라 판매 중개를 하는 방식을 모두 의미합니다.


 아마존도 결국 서드파티 셀러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Statista)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마존인데요. 아마존은 초창기 온라인 서점이라는 버티컬 커머스로 시작해서요. 직매입 비즈니스로 성장하였지만, 근래 들어서는 서드파티라 불리는 셀러들을 통해 상품 구색을 확장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잡으려면 결국 오픈마켓 구조가 유일한 답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냉혹한 곳


 그런데 오픈마켓은 누구나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사실상 1등 만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의 사업모델인데요. 일단 수수료가 여타 유통 업태에 비해 낮고요. 따라서 플랫폼을 유지하는 고정비를 감당하려면 일단 거래액 규모가 엄청나게 커야 합니다. 그러려면 막대한 고객 트래픽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에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겁니다.


 그렇기에 고객 인지도도 높고, 트래픽을 선점한 1등 플랫폼은 돈을 벌기가 쉽지만 후발주자들은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시장을 두고 출혈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쿨하게 경쟁자를 인수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옥션을 운영하던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을 인수한 것도 같은 선상의 일이었습니다. 그 덕에 이베이코리아는 인수되기 직전까지 무려 16년 연속 흑자를 낼 수 있었지만요. 만년 2등이던 11번가는 모기업 SK 덕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빠르게 성장할 순 있었지만 안정적인 흑자를 내진 못하고 대부분의 경우 영업 손실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물론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경쟁구도라도 영원하진 않습니다. 영원한 1등일 것 같았던 미국 이베이도, 국내 G마켓도 각기 아마존과 쿠팡에게 왕좌를 빼앗겼는데요. 이들이 활용했던 마법이 바로 그 유명한 풀필먼트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왜 그렇게 다들 수렁이라 하는데도 물류에 투자하고, 풀필먼트와 라스트 마일에 매달리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10가지』

① 이커머스 기업들은 왜 대부분 적자일까요?

② 공헌이익은 정말 의미 없는 지표일까요?

③ 규모의 경제는 도대체 언제 나타나는 건가요?

④ 왜 갈수록 시장 세분화가 중요해지는 건가요?

⑤ 이커머스는 왜 낙타보다 유니콘을 여전히 더 선호하나요?

⑥ 라스트마일은 왜 수렁이라도 들어가야 하나요?

⑦ 왜 모두들 수직적 통합에 목을 매는 건가요?

⑧ 왜 그렇게 오프라인으로 향하는 건가요?

⑨ 고객 데이터가 모이면 정말 돈이 되나요?

⑩ 메타버스는 몰라도, 메타커머스는 알아야 한다고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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