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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Aug 18. 2022

왜 갈수록 시장 세분화가 중요해지는 건가요?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④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10가지] 시리즈는 매주 트렌드라이트에서 하나씩 공개됩니다. 구독하시고 놓치지 마세요! ▶트렌드라이트 구독하기



뭉쳐야 사는 리테일의 숙명


 리테일이라는 업 자체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리테일 사업으로 돈을 벌려면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마진을 남겨야 합니다. 즉 유통 과정에서의 운영 효율화와, 공급자와 소비자 상대로의 가격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선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야 하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유통상권들은 규모의 경제 논리에 치여 결국 대부분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출처: KBS)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수많은 백화점 브랜드들이 존재했습니다. 흔히 지역 백화점이라 부르던 대구 백화점, 백화점 세이 등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상위 사업자들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방 광역시에선, '지역 거점 전략'을 들고 나온 신세계가 롯데와 현대마저 고사시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고요.


 이는 이커머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이 최소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인 일반적인데요. 오랜 기간, 압도적 강자 없이 춘추전국시대의 경쟁 양상을 보인 국내 시장도 어느새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자리 잡은 지 오래이고요. 그중에서도 쿠팡이 30% 이상을 점유한 최초의 1위 플랫폼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문제는 그 이후 생겨났습니다. 이처럼 절대적 강자가 시장에 딱 자리를 차지하고 나자, 극소수의 선두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들의 갈 길이 애매해져 버린 겁니다.



그런데 쿠팡, 컬리 이길 수 있어요?


 더욱이 상위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흔히 빅3로 묶이는 쿠팡, 네이버, 신세계(+G마켓)의 총 시장점유율은 2018년 38.8%에서 작년 기준 49.5%까지 증가하였고, 올해는 50%를 넘길 것이 확실시됩니다. 더욱이 시장 전체의 성장마저 둔화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은 역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였고요. 실제로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면, 심지어 신세계까지 포함해도 시장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종합 플랫폼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상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후발 주자들은 시장 세분화에 집중하게 됩니다 (데이터 출처: 나이스 신용평가)


 그렇다면, 이렇게 안정기에 접어든 시장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버티컬이라면 아직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버티컬 커머스란 특정한 카테고리나, 상품군, 연령대 등에 집중한 전문몰 형태의 사업을 뜻하는데요. 온라인 쇼핑 시장 자체의 전체 규모가 올해는 200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 확실 시 되는 만큼, 이중 극히 일부만 차지해도 조 단위의 사업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미 유니콘의 반열에 들어선 마켓컬리, 무신사도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고작 1% 내외일 정도이고요.


 이처럼 시장 세분화를 통해 더 구체적인 타깃에 집중하면, 난공불락이던 쿠팡도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종합 플랫폼으로 쿠팡, 네이버와 싸운다는 건 자멸의 길이지만, 이들도 분명 놓치는 지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문제는 이미 이와 같은 버티컬 영역조차 빠르게 선도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패션의 무신사, 리빙의 오늘의집 등은 이미 특정 카테고리 내에선 쿠팡 이상으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 세분화가 점차 더 심화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쿠팡이 온라인 마트를 표방했다면,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신선 마켓을, 정육각이나 오늘회는 각각 정육과 수산 카테고리의 버티컬을 추구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이커머스 판이 고인물 간의 경쟁이 되다 보니, 이와 같이 더 뾰족해져야만 후발 주자로써 그나마 가능성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문제는 1등도, 2등도 괴롭다는 겁니다


 이렇게 치열한 버티컬 영역 내 경쟁에서 승리하면 꽃길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그렇진 않습니다. 일단 승리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렵습니다. 하나의 카테고리를 온전히 지배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일례로 여성 패션 시장을 둘러싼 지그재그와 에이블리의 경쟁만 하더라도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둘의 누적 적자는 점차 쌓여가고 있고요. 결국 누가 승자가 되든 내상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승리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국내 시장 내 점유율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성장 둔화라는 반갑지 않은 친구를 만나게 되고요. 쿠팡, 네이버 같은 종합 플랫폼이 언제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모두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오픈서베이)


 아쉽게 1위의 자리를 놓친 2,3위 이하 사업자들의 처지는 당연히 더 어렵습니다. 당장 생존의 기로로 내몰리게 되고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브랜디가 서울스토어를 인수했듯이, 몸을 불리는 선택지를 고르기도 하지만, 반전을 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헬로네이처처럼 서비스가 종료되기도 하고요.


 결국 이커머스는 낙타보단, 유니콘이 적합한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서 성장이 결코 멈춰 선 안되고요. 그렇기에 시장 세분화는 진입 전략으로는 훌륭하지만, 장기적인 확장 전략이 담보되지 못하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독과점 형태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리테일 업의 특성과 그래서 최근 대세가 된 시장 세분화 전략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나누어 보았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왜 이커머스는 유니콘을 더 선호하는가로 시작해서, 어떻게 확장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는지로 논의를 넓혀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10가지』

① 이커머스 기업들은 왜 대부분 적자일까요?

② 공헌이익은 정말 의미 없는 지표일까요?

③ 규모의 경제는 도대체 언제 나타나는 건가요?

④ 왜 갈수록 시장 세분화가 중요해지는 건가요?

⑤ 이커머스는 왜 낙타보다 유니콘을 여전히 더 선호하나요?

⑥ 라스트마일은 왜 수렁이라도 들어가야 하나요?

⑦ 왜 모두들 수직적 통합에 목을 매는 건가요?

⑧ 왜 그렇게 오프라인으로 향하는 건가요?

⑨ 고객 데이터가 모이면 정말 돈이 되나요?

⑩ 메타버스는 몰라도, 메타커머스는 알아야 한다고요?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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