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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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무리한 출혈경쟁 이어지면 공멸", "승자 없는 전쟁터 지속, 이커머스 출혈 경쟁 언제 끝나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제목들입니다. 안 그래도 돈 벌기 어려운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렇게나 적자를 무릅쓰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무언가 노림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와 같은 출혈경쟁을 벌이는 이들은 모두 시장 점유율 30%를 선점하고 한국의 아마존이 되면, 이후로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의 뿌리에는 바로 규모의 경제라는 이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나타나기만 하면, 적자 기업도 흑자로 돌아서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규모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공헌이익의 정의 혹시 기억하시나요? 공헌이익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했다면,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 또한 어렵지 않게 배우실 수 있으실 텐데요. 비용이 매출액 증감에 따라 같이 변화하는지에 따라,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지고,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차감한 것이 바로 공헌이익이었습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는 여기서 소외된 고정비에 초점을 맞춘 개념입니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매출이 늘어난다면 비용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일단 배운 대로 정리해보면, 우선 변동비는 매출액이 늘어나는 만큼 증가할 겁니다. 하지만 고정비는 다릅니다. 매출이 늘던 줄던, 늘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매출이 커지면 커질수록 단위당 평균 비용이 줄어드는 겁니다. 고정비는 변하지 않으니,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공정 자체는 똑같은데도 신기하게 이익은 늘어나게 되는 거죠.
이처럼 일반적으로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비용 구조 면에선 유리해지게 됩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보다 돈을 벌기 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물론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실현되는지는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당연히 비용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더욱 많이 누릴 수 있고요. 우리는 이와 같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산업을 장치 산업이라 지칭하기도 합니다. 석유, 화학, 철강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문득 드는 의문 1가지 있지 않으신가요? 이커머스는 기본적으로 고정비보다 변동비가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입니다. 매장도, 인력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심지어 최근에는 서버비 같은 성격의 비용조차 변동비화되고 있습니다.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게 된 건, 이커머스계의 이단아 쿠팡 때문이었습니다.
쿠팡은 출발부터 남달랐습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론칭한 후, 배송 혁신을 최대 무기로 삼았고요. 100% 익일배송이라는 가치는 고객들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압도적인 서비스 경험 제공이 가능했던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쿠팡은 배송 인프라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요. 전국적으로 물류 거점을 만들고, 대규모 인력을 고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쿠팡의 전략이 통하면서, 시장 1위 사업자로 성장해나가자, 대규모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커머스 산업이 마치 일종의 장치 산업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 그룹은 조 단위의 물류 투자에 나섰고요. 마켓컬리와 같은 스타트업들도 물류 인프라에 올인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거액의 투자는 적자 심화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물류 투자 트렌드를 선도했던 쿠팡의 실적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의구심이 갖기 시작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쿠팡의 매출액이 무려 20조 원을 돌파했음에도 규모의 경제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이른바 쿠팡의 '계획된 적자' 전략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특히 인건비 부분을 많이 지적하곤 했습니다. 인건비는 일반적으로 고정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매출액이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율은 변함이 없다는 건, 애초에 규모의 경제가 구현될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가치사슬에선 규모의 경제가 나타날 구석이 없었으니까요. 쿠팡의 물류센터만 해도, 자동화 설비보다는 인력 중심으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물동량이 늘어날수록 비용도 같이 증가하는 구조였고요.
심지어 오히려 거래액 규모가 커지면 복잡성이 증가하여 변동비 관리만 더 어려워지는 것이 이커머스 비즈니스입니다. 우선 취급하는 품목 수가 늘어나면 물류센터도 커지게 되고, 당연히 재고를 보관하거나 출고시키는 효율도 이에 따라 떨어지게 됩니다. 일례로 몇 안 되는 흑자 이커머스 플랫폼 오아시스 마켓의 비결 중 하나도 성장을 운영 최적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겁니다. 어설프게 규모의 경제 실현을 노렸으며 아마 수익 구조가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도 이커머스라는 비즈니스를 명확히 이해하고 대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규모의 경제 이론이 정말 이커머스 비즈니스에는 정녕 통하지 않는 개념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어떤 도구든 도구 그 자체보다는, 어떻게 쓰냐가 중요한 법이니 말입니다. 특히 쿠팡에게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매우 필요한 영역이 있었는데요. 바로 택배 단가였습니다.
쿠팡은 여타 풀필먼트 기반의 플랫폼들과도, 특히 아마존과도 뚜렷이 구분되는 차이점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초창기부터 배송 인력 내재화를 추구했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조차 초기에는 택배사를 활용했는데, 쿠팡은 쿠팡맨, 지금은 쿠친이라고 부르는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하였지요. 문제는 택배업이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는 매우 전형적인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경쟁사들은 건당 2,000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택배를 보낼 때, 쿠팡은 5,000원을 훌쩍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쿠팡은 충분한 규모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위탁하던 일부 물량마저도 내부에서 처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쿠팡이 필요한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모든 경영활동이 이를 효율화시키는데 집중하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입니다. 로켓와우는 쿠팡 적자의 주범이기 도 했습니다. 2,900원이라는 적은 구독료를 받고 배송비를 없앤 것은 물론, 최소 주문 금액에서도 고객을 자유롭게 만들었거든요. 그 결과는 당연히 쿠팡의 주문건단가는 꾸준히 내려갔습니다. 이는 주문 1건 당 대부분의 변동비가 발생하는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신에 쿠팡은 많은 신규 고객과 다량의 주문 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최적 물동량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거죠.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러한 인고 끝에 쿠팡의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조정된 EBITDA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성공합니다. 규모의 경제가 언제 나타나는지,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맞춰 전략적인 운영을 한다면,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그렇다 치고, 물류 투자에 힘을 그리 안 쏟은 네이버와 같은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점유율 확보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유통업의 본질과 연관이 깊습니다. 유통의 본질은 공급자로부터 상품을 싸게 사 와서, 마진을 붙여 최종 소비자에게 파는 행위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마진을 얼마나 남기냐에 따라 유통 기업의 수익성이 결정됩니다.
앞서 이커머스 기업들이 돈을 벌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에 있었습니다.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가 없으니, 공급자에게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고요.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비교가 용이하니 소비자에게 가격 결정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곧, 지배적 사업자만 되면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 가격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실질적인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쿠팡의 입지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들이 곳곳에 들려옵니다. 제조사에서 쿠팡 전담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알아서 공급가를 낮추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쿠팡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협상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규모의 경제의 개념을 확장시키면, 회사의 볼륨이 커지면서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지거나, 바잉파워 등이 올라가는 것도 포함시키곤 합니다. 그리고 이커머스 기업들이 노리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이 한국의 아마존이 되어 가격 결정권을 가지는 거였고요. 다만 이제는 어느 정도 쿠팡과 네이버와 같은 상위 업체들이 이러한 우위를 굳힌 상황이라서, 결정권을 가진 플랫폼과 그렇지 못한 곳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가장 주요한 화두이던, 1위를 향한 출혈경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인데요. 앞으로는 어떻게 경쟁 양상이 변해갈까요? 시장 내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이 될까요? 다음 편부터는 이커머스 비즈니스에서 어떤 경쟁요소를 확보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⑤ 이커머스는 왜 낙타보다 유니콘을 여전히 더 선호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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