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⑦
오늘의집이 리빙/인테리어 상품 판매를 넘어서, 인테리어 시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고 했을 땐 모두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사 서비스까지 론칭한다고 했을 땐, 살짝 의아해했던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오늘의집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 전략을 생각하면, 이는 너무나도 적합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의집은 수직적 통합을 통한 생태계 내 지배력 강화를 꿈꾸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와 같은 수직적 통합 전략은 오늘의집 만이 구사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와 유사한 전략을 따르고 있는데요. 과연 수직적 통합이 이렇게나 대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나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고를 수 있는 선택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해오던 일을 계속 잘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서점은 책을, 정육점은 고기를 더 많이 파는 형태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형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우물만 파서 성공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거든요.
그렇기에 어느 정도 규모를 키운 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고민하게 됩니다. 새로운 영역을 진출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와 같은 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에는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확장입니다.
수평과 수직이라니, 개념 자체가 낯선 분들도 계실 텐데요. 하나의 산업을 봤을 때, 가치사슬이라 부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상품이 가지는 가치는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여러 원재료가 모여 원단과 같은 부자재가 되고요. 이러한 부자재들을 가지고 공장에서 의류라는 상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유통업체에서 가져다가 판매하면 최종 가격이 메겨지게 되는 거죠. 이와 같이 하나의 가치사슬이 진행되는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을 수직 시장이라 칭합니다. 원단업체, 의류 공장 업체, 의류 브랜드, 유통업체 등이 하나의 수직적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의류산업은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등 많은 하위 시장들로 나눠져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수평 시장이라 부르는 거죠.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확장의 개념도 이제 얼추 이해하실 겁니다. 수평적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을 수평적 확장이라 하고요. 수직적 시장으로 진출하는 걸 수직적 확장이라 부릅니다. 즉 어떤 의류 브랜드가 제조부터 유통까지 모두 포괄하는 SPA 브랜드로 리뉴얼하는 경우 수직적 확장이라 할 수 있고요. 그렇게 탄생한 SPA 브랜드가 키즈 라인을 론칭한다면 수평적 확장이라 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직적 확장을 가치사슬의 영역들을 하나로 합친다는 뜻으로 수직적 통합이라 별도로 지칭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2가지 방법 중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역시 수평적 확장입니다. 유관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은 해오던 업과 비슷하기에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데요. 대표적으로 무신사가 기존 스트리트 브랜드와 남성복 중심에서 벗어나, 무신사 부티크, 무신사 키즈 등을 론칭하며 명품, 아동, 뷰티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들 수 있고요. 마켓컬리가 식품을 넘어서 가전, 여행 상품 등을 팔고, 최근 뷰티컬리를 론칭한 것 역시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더 어려운 길이라 할 수 있는 수직적 통합을 꾸역꾸역 시도하냐고요? 그건 수평적 확장을 통한 성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커머스에서 수평적 확장이 주는 가치는 원스톱 쇼핑입니다. 즉 한 번에 가서 필요한 모든 상품을 살 수 있고, 여기에서 편의성이 증대되는 건데요. 온라인 쇼핑에서는 배송비 부담 없이 합배송을 할 수 있고, 부가적으로는 포인트 등의 혜택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그래서 1명의 고객이 해당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카테고리가 다양해질수록 리텐션이 좋아지고, 플랫폼의 영향력은 커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리텐션이 수평적 확장 경쟁에선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라는 점입니다. 리텐션은 얼마나 많은 카테고리를 취급하냐, 혹은 핵심 카테고리를 얼마나 자주 구매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고요. 일례로 하이마트 같은 전자제품 양판점은 다 카테고리로 확장하기 어려우나, 이마트와 같은 할인점은 패션, 가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이 용이합니다. 그로서리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재구매 주기가 매우 짧기에, 어차피 가는 김에 이것도 보고 가지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지요. 모든 플랫폼들이 카테고리 확장을 할 때, 가전, 여행 등 구매주기가 긴 상품군들을 만만하게 여기고 먼저 건드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리빙/인테리어라는 리텐션 싸움에서 불리한 오늘의집이 수직적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거기에 버티컬 커머스들은 단기적으론 몰라도, 장기적으론 네이버, 쿠팡과 같은 종합 플랫폼들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고객에게 주는 편의성 측면에서, 태생부터 이들 종합 플랫폼과 싸울 순 없기 때문인데요. 단기적으로야 카테고리에 특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버티컬 카테고리 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종합 플랫폼이 전문관 운영 등을 통해 이를 따라 하기 시작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직적 통합은 조금 더 나은 걸까요? 아무래도 버티컬 플랫폼들에게는 수평적 확장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버티컬 플랫폼들의 고민은 2가지 결을 지닙니다. 우선 버티컬 시장 내에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경쟁자들은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에, 이들에게 흔들리지 않을 철옹성을 구축해야 하지요. 특히 언젠가는 닥쳐올 종합 플랫폼의 습격을 대비해야 합니다. 결국 모든 이커머스 기업들은 '쿠팡을 이겨라'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
또한 성장 둔화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모두 동일하게 받게 됩니다. 특정한 버티컬 영역에서 만들 수 있는 거래액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사업을 무조건 확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평적 확장은 결국 종합 플랫폼과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여기선 승산이 적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그런데 수직적 통합은 이러한 2가지 고민을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치사슬을 통합시키면서,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고요. 수직적 시장 확장으로 거래액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매출원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직적 확장은 고난도의 방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문성을 가진 버티컬 플랫폼들에게 유리한 전장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상품을 사는 모든 가치사슬을 장악하고자 하는 겁니다. 새 가구와 소품을 사기 전에, 아예 인테리어 시공을 하거나 이사를 하는 시점부터 고객을 끌어들이는 거죠. 고객은 자연스럽게 집을 예쁘게 꾸미는 모든 순간을 오늘의집과 함께하게 되는 거고요. 물론 수직적 통합을 하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무신사는 고객의 구매 여정을 따라가는 대신, 아예 입점업체의 생애에 집중하였는데요. 국내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VC, 공유 오피스 등을 만들며 시장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 중엔 컬리가 제조 - 유통 가치사슬로 확장하며, 농식품 스타트업 록야에 투자하는 등 농업에 베팅한 것도 들 수 있고요.
그런데 이와 같은 수직적 통합이 버티컬 플랫폼들의 전유물 만은 아닙니다. 네이버, 쿠팡과 같은 종합 플랫폼들도 이러한 수직적 통합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물론 약간 결이 다르긴 합니다. 특정 카테고리 영역 내 특성을 살린 접근보다는 유통업 자체의 가치사슬을 건드리는 형태이긴 하거든요.
가장 흔한 사례가 제조로 영역을 확장하여 PB 브랜드를 만드는 겁니다. 이미 성숙 시장에 접어든 오프라인 유통의 이마트 같은 경우, 이미 PB 상품 매출 비중이 20% 정도라고 하는데요. 쿠팡 등은 이제 막 PB를 키우기 시작한 만큼 더 빠르게 속도를 내려할 겁니다.
이처럼 종합 플랫폼들조차 수직적 통합에 치중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수직적 시장은 가치사슬을 따라 만들어지고, 하나의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상품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설명드렸는데요. 당연히 부가가치가 생길 때마다, 마진이 붙게 됩니다. 즉 이러한 가치사슬을 통합하면, 모든 부가가치를 독점할 수 있다는 뜻이고요. 이를 잘 활용하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모두 고민하는 손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수직적 통합은 절박함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시장 내 모든 플레이어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확장의 2가지 방법과, 수직적 통합이 가지는 가치, 그리고 이커머스 시장 내 수직적 통합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는데요. 신기하게도 당최 수직적인지 수평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확장도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인데요. 현재 유행처럼 이커머스 기업들이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마련하거나, 이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까지 삼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글로벌적으론 끊임없이 오프라인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아마존이나, 신유통을 외친 알리바바가 대표적이고요. 국내에서도 최근 무신사, W컨셉, 마켓컬리 등이 연이어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거나 선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오아시스 마켓처럼 옴니 채널을 차별점으로 삼은 플랫폼도 존재하고 정육각은 아예 초록마을을 인수하기 했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진출은 수평적 확장인 동시에 어느 정도는 수직적 확장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렇게 모두들 또 오프라인 확장을 꾀하는 건지는 다음 편에서 더욱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⑤ 이커머스는 왜 낙타보다 유니콘을 여전히 더 선호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