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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11. 2021

Back to basic

초심으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삶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타이밍과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사람을 등장시키거나, 사건을 만들어서 선물을 주기도 하고 따끔한 충고의 메시지를 던져 주기도 한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라며 격려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줄 때도 있지만 타성에 젖어 나태함과 오만함에 점점 길들여질 무렵에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이렇게 살지 말자.” 라며 따끔하게 채찍질을 하기도 한다. 


 카프카는 책이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때때로 그런 경험은 수련 중 매트 위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갑자기 누군가 내 머리에 도끼를 내리꽂은 것처럼 섬광 같은 생각이 번뜩 스쳐 지나가는 순간 말이다. 


 위대한 발견이나 진리에 대한 깨달음까지는 아니지만 삶이 나에게 툭툭 던져주는 그런 소소한 메시지들은 나를 성장하고 자극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며칠 전 수련을 하면서 갑자기 스친 문구는 “기본으로 돌아가라.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아주 기본적인 아사나를 하면서 깊은 호흡과 함께 몸과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게 이완된 순간에 스친 생각이었다. 고난도 아사나를 해내기 위해서 부단히 도 노력하고 애썼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요가 선생으로서 고난도 아사나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사람들에게 뽐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요가 수업의 시퀀스를 구성할 때에도 사람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매번 새롭고,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는 아사나를 끼워 넣고, 많은 것들을 전달하려고 했다. 


 Back to basic. 이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껴야 할 때인가 보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움직임들을 제대로 느끼고 해 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난이도가 있는 움직임들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잘 해낼 수 있는 거라고, 너무 욕심내서 무리하지 말고, 그저 성실하게 꾸준하게 수련하라고 삶은 또 한 번 나를 다그친다. 


 매트 위가 아닌 일상에서 마주하는 일들 중에도 빨리 잘 해내고 싶어서 조급한 마음으로 부단히 애쓰는 것들이 있었다. 글쓰기도 그중 하나이다. 대단한 표현력과 필력을 가진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언제 이런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글쓰기에 대한 근육 또한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충실한 기본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시간을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는 것이다. 매일 꾸준히 성실하게 기본에 충실하면서 켜켜이 쌓아가는 인내의 시간들이야 말로 한 단계 더 높이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한 해가 다 끝나갈 때가 되어서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언젠가 또다시 초심을 잃고, 방황하고, 조바심을 내면서 욕심을 부리는 순간이 온다면 삶은 또 한 번 나에게 가벼운 어퍼컷을 날려주겠지.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Back to basic을 제대로 실천해 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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