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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에게(4)

4. 집에 가자, 몽냥아.

by 짱몽 Jan 20. 2025

"선생님. 혹시 몽냥이 하루정도만 집에서 수액 맞추거나 하면 안 될까요? 애가 오늘 컨디션이 좀 괜찮아 보여요."

"음... 그럼 그냥 내일 퇴원하는 걸로 할까요? 어차피 혈관 잡거나 하는 것 때문에 집에선 수액 맞추기가 힘들어요."

선생님은 흔쾌히 퇴원을 시켜주겠다고 하셨어. 대신 하루에 두 번 약을 꼭 먹이고, 유동식을 주사기로 급여해야 한다고 하셨지. 네가 좋아할 만한 공간에 산소 발생기도 켜두라고 하셨고.


“피검사는 원래 내일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그럼 오늘 하고 결과만 B병원으로 보내도록 할게요. “

“네. 선생님. 그냥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보내주세요.”

“그리고 마취한 김에 식도관 삽입도 부탁해 놓을게요. 식도관 삽입하려고 또 마취시킬 순 없으니 식도관은 B병원에서 넣는 게 나을 것 같네요. “

“또 빼면 어떡해요?”

“음…한 번 빼는 친구들은 제가 가끔 봤는데, 두 번 다 빼는 고양이는 아직 못 봤어요! “


그래서 너는 B병원에서 CT와 조직검사에 식도관 삽입까지 하기로 결정되었지.


집으로 돌아간 나는 바삐 청소를 하고 어디에 산소방을 만들지 고민했어. 네가 천식이 심해진 걸로만 생각했을 때 구매했던 산소발생기와 산소방용 투명한 상자가 있긴 한데, 네가 별로 안 좋아했잖아. 들어가 있을 때마다 열어달라고 떼쓰고. 더군다나 몸 상태가 안 좋으니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어.


그 결과, 네 간이 산소치료실(?)의 장소는 서랍장으로 정해졌어. 내가 몇 주 전 옷 정리 하려고 나눔 받아왔던 서랍장 기억하지?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아무리 막아도 네가 기어코 열어서 기어들어갔던 그곳.


"하이고 몽냥아. 그렇게 어둡고 좁은 데가 왜 마음에 들어?"


하고 잔소리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완전 다행이었지. 네가 좋아하는 장소가 산소치료실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으니까! 좁고 공기가 빠져나가기 힘든 맨 마지막 서랍장 칸이라니. 완벽해! 난 그래서 그 칸을 채우고 있던 몇 벌 안 되는 옷을 꺼내고 방석과 담요를 깔아놓았어. 그리고 익일배송이 되는 유동식도 주문했지.


"몽냥아, 집에 왔다~!"


다음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가방을 열어주자 넌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나왔어. 하긴, 네가 그렇게 오랫동안 집을 떠난 적은 처음이었지? 조심스레 주변의 냄새를 맡으며 다니던 너는 방과 거실을 쏘다니며 뭔가 달라진 게 없는지 살피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너는 내 책상 밑, 보일러의 온기가 직빵으로 느껴지는 자리에 발라당 누워 뒹굴거리기 시작했지. 기분이 좋은지 이리저리 그루밍도 했어.


그 순간만큼은, 네가 그 어디도 아프지 않은 고양이 같았어. 그냥 따뜻한 곳에 누워 기분이 좋은 고양이 같아 보이기만 했거든. 집 순찰이 끝나자 너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랍장 밑 칸으로 들어갔고, 나는 바로 산소발생기 호스를 그쪽으로 넣어주었지.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어. 너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거기에 잘 있어주었거든.


근데 네가 자꾸 서랍장에서 나와 화장실을 여러 개 돌아가며 들락날락 거리는 거야. 뭔가... 싸고 싶은 게 있긴 한데 시원하게 싸진 못하는 것 같았어. 게다가 똥꼬에 뭐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아니겠어?


하긴, 넌 사람으로 치면 죽만 먹은 셈이니 쌀 것도 없겠다, 싶었어. 근데 식욕이 아예 없진 않았나 봐. 동생들한테 사료 부어주는 소리가 들리면 서랍장에서 후다닥 뛰어나오고, 내가 유동식을 먹일 때 츄르를 같이 주면 그건 또 나름 열심히 먹긴 했으니까. 무튼 배출할 것 자체를 제대로 먹질 못했으니.. 감자는 만들어도, 맛동산은 제대로 못 만들더라.


안 그래도 아픈데 변비까지 생기게 둘 순 없잖아. 유산균이라도 먹여보자 싶었어. 근데 유산균 분말 한 포를 갑자기 다 먹으면 설사를 할 수도 있으니 반 포정도만 유동식에 섞어서 입에 조금씩 짜먹였지.


근데 너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고집이 세니?(네 아빠말론 나 닮아서라고 하더라) 무튼, 내가 독약을 먹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입에 짜줄 때마다 아주 뱉어내려고 난리도 아니더라?! 누가 보면 아주 사약 억지로 먹는 장희빈인 줄 알겠다. 유동식을 먹일 때마다 네 털은 젖어서 끈적해지기 일쑤였어. 나는 물티슈로 닦아주기에 바빴지.


혹시라도 밤동안 호흡이 힘들어질까 봐 산소발생기를 켜 둔 채 침대에 누운 나는, 산소발생기가 주기적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생기는, 낮고 웅웅대며 조금은 시끄러운 그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잠을 청했어.


꽤 힘드네... 근데 뭐 어쩌겠어? 네가 아프고, 네가 아프니까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네가 나아질 수만 있다면.


네가 내 옆에 오래도록 있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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