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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팀장 May 03. 2020

능력있는 후배를 추천했다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속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가시화 되기 시작하자 프로젝트의 담당 임원(가명 '윤이사')은 

주요 업무를 세부적으로 진행할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나는 전 직장에서 호흡을 잘 맞춰 좋은 성과를 내왔던 후배 김과장을 추천했다.


간단히 경력과 성과중심으로 작성된 후배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윤이사는 

바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몇일 후 인터뷰 날.

윤이사 방으로 후배를 데리고 갔다. 윤이사는 후배를 보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굉장히 반가워 했다. 


"아니 이런! 김과장이 여자분이셨군요!"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민 입니다. 제 이름이 중성이어서. 놀라셨죠~"


"아니, 아니 우리 팀장이 '후배' 라고 그래서 당연히 남자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남자들이 후배라고

하면 남자 후배들 뜻하는거 아닌가? 안그래 김팀장?"


"네?.."


윤이사는 여자 임원이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추진력이 대단하고 터프함도 갖춘 분으로 존경심을 가지며 따랐다.

그 날은 '후배' 라는 단어를 남자가 쓰면 '남자후배' 만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로 가득한 임원들의 세상에서 아니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가 녹아든걸까? 어쨋든 그녀는 남자팀장이 추천하는 후배는 무조건 남자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배' 라는 단어는 '동성'을 기본으로 하는 걸까? 그건 아닌거 같은데.

씁쓸함은 몇일을 갔다.


10년 전, 전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팀에 새로 들어온 여자 후배에게 자세하게 OJT를 해주는 나를 보고 다른 남자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여직원들 챙겨봐야 나중에 다 떠나, 쓸데없이 시간 들이지마"


전 직장은 여성의 비율이 70%가 넘는 곳인데도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때는 그 한 명의 편협된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20년의 직장생활을 지나며 자주 볼 수 있는 씁쓸한 현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속하는 곳에서는 바람직한 분위기와 결과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고, 잘해내고 있는 듯하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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