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미 일까? 그럼 그렇고 말구.
거래처와의 회식이 있었다.
우리 팀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거국적인 회식.
거래처 팀장 앞에서 이제 2년 정도 함께 일한 팀원이 갑자기 고백을 했다.
'팀장님~ 팀장님이 있어서 저 퇴사 안하는 거에요~'
'뭐야~ 됐어 취했네 취했어~'
'맞어요 나 취했어~, 근데 진짜에요~'
'아~ 됐어~'
'진짜 진심이라니까~ 팀장님 때문에 계속 다니는거에요~'
'왜? 내가 잔소리 안해서~?'
'응 맞어요~ ㅋㅋ'
'역시 내 그럴줄 알았어~'
그래도 참 기분이 좋았다.
힘든 직장 생활이 누군가로 인하여 그 힘듬을 버텨나가게 해준다면,
그 누군가는 어쩌면 큰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팀원에게 나는 '잔소리를 안함으로써' 퇴사 안하고 잘 다니게 된 원동력이다.
그래도 참 기분은 좋았다.
내가 어떤면에서 저 친구가 저런 고백을 할 수 있게 해주었을까?
나보다 10살 이상 차이나는 여자후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생각해 봤다.
그래, 내가 잔소리를 안하긴 하지.
그리고 또... 뭐 없다.
자상하게 챙겨준 적도 없는 거 같고, 그냥 지나가다 툭툭 말을 거는 정도.
'OO아, 오랜만에 보는거 같아~. 반갑지?'
'네 반가워요 팀장님'
'ㅋㅋㅋ'
대화는 이렇게 보통 끝이다.
잔소리.
팀장의 위치에 있으면, 많은 것이 보인다.
내가 팀원일때, 신입일때 했던 일들이 대부분이라,
'저거 저렇게 하면 더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한 두번일까.
나는 그럴 때마다 지켜보기만 했다.
기다림. 그리고 기대함.
팀장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알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아기새를 지켜보는 어미새처럼.
기다림은 기대를 통해 가능하다.
후배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없으면 1초도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좋은 팀장은, 아니 낭만적인 팀장은
누구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켜보고, 지켜줘야 한다.
사람.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이제 나에겐 사람이다.
22년차 직장생활에서 남는 것? 그래 사람 뿐인 것 같다.
요즘 들어, 언제 종료될지 모를 월급쟁이의 시간을 사람들과의 만남에 더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안한다.
나의 조급함으로, 내 욕심으로 별 의미없는 일에 대한 고집을 나타낼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다들 소중하다.
마음이 다치지 않고도
우리는 성장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