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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팀장 Jun 15. 2022

팀장님이 있어서 퇴사 안해요

좋은 의미 일까? 그럼 그렇고 말구.


거래처와의 회식이 있었다.

우리 팀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거국적인 회식.

거래처 팀장 앞에서 이제 2년 정도 함께 일한 팀원이 갑자기 고백을 했다.


'팀장님~ 팀장님이 있어서 저 퇴사 안하는 거에요~'

'뭐야~ 됐어 취했네 취했어~'

'맞어요 나 취했어~, 근데 진짜에요~'

'아~ 됐어~'

'진짜 진심이라니까~ 팀장님 때문에 계속 다니는거에요~'

'왜? 내가 잔소리 안해서~?'

'응 맞어요~ ㅋㅋ'

'역시 내 그럴줄 알았어~'


그래도 참 기분이 좋았다.

힘든 직장 생활이 누군가로 인하여 그 힘듬을 버텨나가게 해준다면, 

그 누군가는 어쩌면 큰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팀원에게 나는 '잔소리를 안함으로써' 퇴사 안하고 잘 다니게 된 원동력이다. 

그래도 참 기분은 좋았다.


내가 어떤면에서 저 친구가 저런 고백을 할 수 있게 해주었을까?

나보다 10살 이상 차이나는 여자후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생각해 봤다.

그래, 내가 잔소리를 안하긴 하지.

그리고 또... 뭐 없다.

자상하게 챙겨준 적도 없는 거 같고, 그냥 지나가다 툭툭 말을 거는 정도.

'OO아, 오랜만에 보는거 같아~. 반갑지?' 

'네 반가워요 팀장님'

'ㅋㅋㅋ'

대화는 이렇게 보통 끝이다.



잔소리.


팀장의 위치에 있으면, 많은 것이 보인다.

내가 팀원일때, 신입일때 했던 일들이 대부분이라,

'저거 저렇게 하면 더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한 두번일까.

나는 그럴 때마다 지켜보기만 했다.



기다림. 그리고 기대함.


팀장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알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아기새를 지켜보는 어미새처럼.

기다림은 기대를 통해 가능하다.

후배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없으면 1초도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

좋은 팀장은, 아니 낭만적인 팀장은

누구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켜보고, 지켜줘야 한다.



사람.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이제 나에겐 사람이다.

22년차 직장생활에서 남는 것? 그래 사람 뿐인 것 같다.

요즘 들어, 언제 종료될지 모를 월급쟁이의 시간을 사람들과의 만남에 더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안한다. 

나의 조급함으로, 내 욕심으로 별 의미없는 일에 대한 고집을 나타낼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다들 소중하다.

마음이 다치지 않고도 

우리는 성장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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