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루브르 박물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집채만 한 스케일에 놀라웠던,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200명이 넘는 인물이 거의 실제 사람 크기로 그려져 있는데, 사람마다 입성도 다르고 표정이나 태도도 달라서 한 명 한 명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다. 화가가 정치적 의도를 듬뿍 담아 역사적 사실과 각색을 버무려 놓은 작품이라 하니, 부분별로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하지만 오늘은 우선 눈에 가득 담는 데에 집중!
‘루브르 박물관 관람 필수 작품 탑 3’이라는 ‘밀로의 비너스’를 다시 만났다. 미술 어린이인 내 눈엔 드라마틱한 조각들이 더 멋져 보이지만, 언젠가는 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게 될 날이 오겠지?
이 작품 주변을 둘러싸고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철퍼덕 앉아서 미술 수업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느 미술관을 가든 학생들의 미술 수업이 이뤄지는 것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이토록 풍성하고 대단한 예술 자원과 교육 환경을 가진 프랑스가 부럽다.
'승리의 여신 니케'까지 다시 만나며 '루브르 박물관 필수 관람 작품 TOP 3' 도장찍기를 다시 한번 달성했다. 이 작품은 무려 계단 사이에 혼자 전시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며 올려다 보게 되는 구도다.
절묘하게 머리와 팔이 떨어져 나가서 더 느낌이 있다. 날개가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 한껏 뒤로 젖힌 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배의 선수상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튀기는 바닷물에 옷이 젖어 여신의 몸에 감기듯 달라붙은 것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돌로 이게 가능하다니.
아름다움도 끝도 없이 이어지면 질리는가 보다. 상하좌우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루브르 박물관을 누빈 지 어언 서너 시간.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충분히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처음의 감흥이 점점 떨어져서 이게 본 그림인지, 처음 본 조각인지 구분이 안 되기 시작했다.
막판에는 발도 아파져 왔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 안에 넓적한 돌멩이가 들어앉은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꿈꿔온 시간과 날아온 시간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져서 멈춰야 하는 현실이라니, 속상하다 속상해.
그래도 이 모든 게 오늘 하루 온 힘을 다해 꽉꽉 채워 알차게 보냈다는 뜻일 터. 루브르 박물관의 유물과 작품들을 모두 충분히 감상하려면 몇 날 며칠로도 부족하다는데, 몇 번을 더 오면 이곳이 익숙해질까.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루브르와의 미래를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