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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paris_맛 보기 편집샵, 파리미식투어

by sseozi

서점 방문을 마치고 미식 투어 집합 장소로 향했다. 오늘 동선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것!


도보로 오페라 역에서 ● 스타벅스 카푸친스까지 5분 - ● 호텔까지 9분 - ● 루브르박물관까지 9분 - ● 튈르리 정원을 거쳐 오랑주리미술관까지 15분 – ● 오르세미술관까지 9분 – ●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서점까지 지하철 한 정거장 포함해서 9분 – ● 미식 투어가 시작되는 오데온(Odeon) 역까지 9분


완벽하다, 완벽해!


20240603_142556.jpg 오데온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만난 파리의 파리바게트


오데온 역 스타벅스 앞에서 미식 투어 가이드와 이번 투어에 함께 참여할 사람들이 모였다. 가이드는 파리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미식 투어를 짜게 되었다고 했다. 투어는 4시간 정도 소요 예정이고 온전히 도보로 이동한다. 서점에서 양껏 사 온 책들과 에코백 7개가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어 조금 불안했지만, 신나게 투어 시작!


일종의 뒷골목 카페거리인 빠사쥬(Passage)에서 투어가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상업과 문화가 꽃피었다고 한다. 파리 곳곳에 숨어있는 빠사쥬들을 찾아다니기만 해도 볼거리 먹을거리 살 거리가 넘친다고. 대로변에서 건물에 난 아치형 관문을 통과해 빠사쥬로 들어왔다. 찐 뒷골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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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코스는 식료품점이다. 각종 소스와 향신료 등 진열대 구경만 해도 재밌고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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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관 지하에서 시식회가 열렸다. 시작은 발사믹이다. 화이트 발사믹, 베리 맛 발사믹, 30년 된 발사믹, 총 3가지를 맛 봤다. 초딩 입맛에도 고급지고 깔끔산뜻한 맛이었다. 다음은 트러플아몬드. 마지막은 갓 나온 바게트에 좋은 햄, 좋은 치즈 얹어 먹기. 트러플의 오롯한 향과 양질의 치즈가 지닌 진한 풍미가 느껴졌지만, 어린이 입맛인 내겐 좀 낯설었다. 솔직히 베스킨라빈스의 피스타치오 아몬드나 모짜렐라 치즈, 리코타 치즈가 더 당겼다. 그래도 ‘맛 보기 편집샵’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어찌나 재밌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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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_161304.jpg 두 번째 코스로 이동하며 바라본 하늘. 예쁘다. 계속 예쁘다.


두 번째 코스는 수제 조림 장인의 잼 공방. 엄청 다양한 잼이 계절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과일과 그에 어울리는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들었다는 잼들을 시식했는데, 하나같이 새롭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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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으로 산딸기 샴페인 잼이랑 프랑스 쌈장이라는 양파 트러플 조림을 구입했다. 둘 다 너무 맛있고 선물할 때도 기뻤지만, 이때부터 슬슬 가방이 무거워져 어깻죽지가 아프고 후회되기 시작했다.


20240603_172619.jpg 이동 중에 본 프랑스 할머니들, 스타일리쉬하고 우아하고 멋지다.


세번째 코스는 초콜릿 가게 샤퐁(Chapon). 여러 가지 초콜릿 메뉴가 있다. 파리에 다시 가야 하는 이유, 바로 이곳의 초콜릿무스 때문이다. 시원한 초코거품 맛이 나는 초콜릿무스, 세상에 이런 디저트가 존재하는지 나만 몰랐네. 초콜릿무스 한 컵을 마구 퍼먹었다. 상큼한 맛이 나서 신기했는데, 카카오가 신선해서 그렇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붕어빵 사듯 사먹어서 거의 품절될 뻔했다. 커피원두처럼 카카오 원산지를 5가지 중에 골라서 주문하는 방식이다. 신기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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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_170225.jpg 샤퐁의 초콜릿 무스


까눌레 모양의 초콜릿도 먹었다. 한입 깨물면 속에서 헤이즐넛 어쩌구 초코크림 어쩌구 하는 것들이 겹겹이 느껴진다. 페레로로쉐의 고급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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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코스는 파리의 대표적인 마카롱 가게, 피에르 에르메(Piere her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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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이 너무나 예쁘고 영롱했다. 모든 맛이 맛있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마카롱 꼬끄가 박혀있는 레몬 샤베트랑 장미 향의 딸기 리치 마카롱인 이스파한(ispahan), 이 두 개는 무조건 맛있다고. 정말 둘 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내가 이걸 다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 입 한 입이 더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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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번째 코스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여 빵을 굽는다는 작은 빵집. 한 칸짜리 작은 가게지만 동네맛집인 듯 끊임없이 손님이 찾아왔다. 투박함과 끝도 없는 구수함이 공존하는 맛의 빵을 맛보았다. 실제 빵으로 만든 샹들리에가 이곳의 상징이라는데 내 눈엔 쬐끔 그로테스크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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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스로 이동하는 길에서 바라본 하늘. 역시 하늘은 한없이 예뻤다. 이때쯤엔 무거운 가방을 든 채로 3시간째 걸었던 터라 투어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다. 허허. 이제 와서 다시 보니 그저 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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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미식투어 마지막 코스는 르봉막셰 백화점의 식품관이었다. 식품관을 구석구석 구경하며 선물하기 좋은 제품들을 소개받았다. 가이드가 추천한 마롱 요거트, 커피푸딩을 사와서 숙소에서 하루의 마무리로 호로록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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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미식 투어는 너무 즐거웠다. 이걸 안 했으면 세상에 이런 게 존재한다는 것조차 살았을텐데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하지만 여행 4일 차 일정이 빡셌던 걸까. 배고프고, 졸리고, 많이 걸어 피곤하고- 뭔가 자꾸만 고생스럽게 느껴졌다. 이래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 하는 건가.


무거운 짐을 지고 무거운 걸음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싹 씻고 침대 위로 풀썩 뛰어들었다. 베개를 겹겹이 쌓고 비스듬히 기대 누웠다. 머리를 비우고 태블릿을 켰다. 넷플릭스에 갓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 4를 틀었다. 19세기 초 영국의 사교계 이야기가 아름다운 드레스들과 함께 펼쳐졌다. 나름 파리에서 볼만한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해외여행 중에 숙소에 틀어박혀 넷플릭스를 한없이 보는 시간적 사치를 만끽했다. 4화까지 연달아 보고 푸욱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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