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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다(1)

by sseozi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단 하나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서 온종일 원 없이 경이로운 작품들을 바라보는 것. 지난 가족여행에서 가이드의 빡센 리드 덕에 이틀 만에 에펠탑과 베르사유,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까지 도장 찍을 수 있었다. 달팽이 요리는 덤. 그 덕에 이번 파리 여행에서는 유명 관광지에 얽매일 필요 없이 내키는 대로 편하게 일정을 짤 수 있다.


그래도 에펠탑 정도는 한 번 더 다녀오면 좋겠지만, 베르사유도 너무나 멋있었으니까 또 가고 싶지만, 이번엔 몽마르트르 언덕도 한 번 다녀오고 싶지만, 이왕이면 오페라 가르니에도 들른다면 좋겠지만, 지만, 지만, 지만. 7박 9일의 파리는 짧고 짧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술관에 집중한다.



파리의 미술관


예술의 도시답게 파리에는 수많은 유수의 미술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가고 싶은 미술관이 늘어만 갔다. 우선순위와 휴관 일자, 동선을 고려해 최소 6곳의 미술관에 방문할 일정을 짰다.

■ 1순위 :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 2순위 : 퐁피두 센터, 로댕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 3순위 : 쁘띠팔레, 그랑팔레, 파리장식미술관

■ 미술관 외에 꼭 가고 싶은 곳 :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튈르히 정원, 파리의 도서관


주요 미술관을 포함한 명소 50여 곳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뮤지엄 패스는 필수. 이것만 있으면 작품들의 바다 속을 실컷 누빌 수 있다.


거대한 규모에 작품도 방대해서 유독 동선이 복잡한 미술관 3곳-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은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가이드 투어를 미리 신청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3, 4시간씩 미술관 안에서 해설해 주는 것인데, 풍부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미술관 안에서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간간이 프랑스 여행 팁도 얻을 수 있었기에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주미에르 10시간 프랑스어


프랑스어는 1도 모른다. 그래도 여행할 정도는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인생 첫 프랑스어에 도전했다. 프랑스어 콘텐츠로 유명한 유튜버 주미에르의 기초 프랑스어책을 마련해서 퇴근 후 틈틈이 연습했다. 한두 달 지나니 어찌저찌 인사는 할 수 있게 됐다만, 내 입이 도대체가 꿀렁꿀렁해지지가 않는다. 과연 프랑스의 그들이 내 인사를 알아들어 줄까.



예술가들의 파리 4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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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와 책 <클래식 클라우드 : 헤밍웨이> 편을 보며 예술가들이 너도나도 몰려들던 파리에 흠뻑 취했던 적이 있다. 벨 에포크와 20세기 초의 파리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파리에서의 시간을 더욱 깊이 있게 보내기 위해 예술과 문화가 폭발적으로 융성하던 파리에 대해 배경지식을 쌓고 싶었다. 인터넷을 뒤져 적합한 책을 찾아냈다. 바로 <예술가들의 파리> 4부작이다.


화가, 작가, 정치가, 사업가, 건축가, 피아니스트 등등 온갖 사람들의 이름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한 번쯤 들어본 사람부터 난생처음 알게 된 사람까지, 서로 관계도 상당히 얽혀 있어서 읽다 보면 자꾸 앞장을 찾아보게 됐다. 결국엔 세계사를 공부하는 기분으로 이름과 관계도를 적어가며 읽었다.


시대를 아우르는 온갖 인물들이 한 도시, 한 시기에 한데 모여 존재한다는 게 가능한가? 도대체 그 당시 파리는 어떤 엄청난 곳이었던 걸까.


이 책 외에도 <천년의 그림 여행>과 미술사 팟캐스트로 예술사조의 흐름을 잡았고, <파리의 미술관>을 통해 미술관마다의 이야기와 대표 작품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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