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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희 Nov 04. 2019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용기가 필요한 그대에게


내가 좋아하는 뮤직 비디오가 있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특별한 곳이 아닌 평범함 사람을 마주할 수 있는 길거리, 헬스장, 쇼핑몰 같은 평범한 곳이다. 길에서는 어디에서나 만날 것 같은 평범한 사람이, 헬스장에선 운동하는 곳과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체구가 왜소한 아저씨가, 도서관에서는 누가 봐도 비만인 한 젊은 남자가, 쇼핑몰에서는 평범한 듯 조금은 개성 있어 보이는 한 남자가 뜬금없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누구는 어색하게, 누구는 흥겹게, 또 누구는 춤꾼처럼 멋있게, 또 누군가는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것이다. 마치 몰래카메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영상은 ‘뭐지?’ 하며 보게 되다가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미국 가수인 Sara Bareilles의 ‘brave’가 그것이다.


가사도 예술이다.     

도망치지 말라고..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말라고 

나는 그냥 당신이 용감해지는 걸 보고 싶다고.. 응원하듯 부르는 노래. 뮤직 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 만으로 그곳에 초대된 듯한 느낌에 가끔 찾아보곤 하는 한마디로 즐겨찾기 목록에 넣어둘 만한 노래다.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면서 내가 당당해질 수 있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삶. 우리 모두 그런 삶을 바라지 않는가.     이 노래를 듣고 나는 그날 오후 라디오를 여는 말로 이런 오프닝을 썼더랬다. 


아장아장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한두 발자국 걷다가 넘어지기. 그리고 다시 일어나 아무 일 없었던 듯 걷기입니다. 걸음이 좀 익숙해져서 미끄럼틀을 탈 수 있을 정도면 어떨까요? 만약 미끄럼틀을 타려고 높은 곳에 올라간 게 처음이라면, 아마도 덜컥 겁이 나지 않을까요. 그 아이는 오늘 미끄럼틀 타는 걸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고요? 무섭거든요. 아래에서 볼 때는 또래가 타는 모습이 마냥 신나고 재미있어 보였지만, 막상 그 높은 곳에 올라가니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타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갑자기 밀려드는 공포를 느낄 수도 있겠지요.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처음은 누구나 낯설고 겁이 나게 마련이니까요. 

혹시 오늘 너무 걱정되고 떨려서 하지 못한 그것이 있나요? 눈 질끈 감고 도전해보세요! 막상 끝나고 나면 별것 아닌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여러분이 가슴 한편에 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미 품었다는 것!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도 계속 품고만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원하고 있는 그것! 그것을 잊지 마세요!    


크고 작은 용기. 생각한 일이 마음먹은 것처럼 잘 되지 않을 때, 자신이 없을 때,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을 때!

 우린 내 안에 작은 불씨 같은 용기를 꺼내어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후우.. 불씨가 바람을 만나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후우.. 후우.. 불씨가 불꽃이 되면, 바라는 바가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늘 불꽃을 품고 산다. 용기가 생활이 된 사람들. 그들에게 용기는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겠지만, 조금은 소심하고 걱정이 많거나 한 사람들이나 남의 시선이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 이란 늘 큰 결심이 필요한 것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야 했던 순간.. 나는 그때 내가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와 같은 시간을 걸어오고 나와 같은 결정을 했던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경미야, 우리는 참 용기 있었어! 이게 아니다 싶으면서도 그냥 사는 여자들 많거든. 너랑 나는 참 용기가 있었던 거야! 난 참 잘했다고 생각해.”

그랬구나.. 나는 용기 있었구나. 그제야 나 자신이 기특하게 보였다. 대견하게 보였다. 

용기가 없다고,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웅크리고 있을 때, 내게 ‘용기’라는 이름표를 달아준 선배 덕분에 나는 드러나지 않을 만큼 묻혀있었던 내 안에 있는 용기를 발견했다.      


어쩜 이렇게 책을 쓰려고 마음을 먹은 것도 내게 용기가 있음을 확인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단지 글을 끄적이는 일은 숨어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글을 묶어 책으로 내겠다는 결심은 용기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니까. 

나는 점점 용기 있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언젠가 한의사 선생님이 나의 맥을 짚어 보시더니, 심장이 약하니 많을 거라 하셨다. 남보다 잘 놀라고 유난스러울 만큼 화들짝 소스라치는 게 이유가 있었나 보다 싶었다. 

‘그래, 나는 겁이 많아’ 

이건 내가 내게 달아준 꼬리표였다      


결정을 잘하지 못해 이리저리 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을 결정 장애자라고 한다. 세 가지 중 두 가지 고르기는 쉬워도, 두 가지 중에 한 가지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분명 고르고 따지고 재봐야 할 일은 있게 마련이지만, 결정이 느려지는 나를 보며 나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나는 우유부단 해’

이것 역시 내가 내게 달아준 꼬리표였다.      


세상이 붙여주고 내가 스스로에게 붙였던 꼬리표를 과감하게 떼어내는 것. 이 또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갈 길을 선택할 용기. 내가 선택한 길을 뒤돌아 보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용기 말이다. 


추천 BGM _Sara Bareilles /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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