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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Nov 15. 2017

난 회사를 퇴사하였다

그것은 처음으로 사회의 보편적인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나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했던, 어떻게 보면 내 인생 가장 놀라운 사건이었다. 난 그렇게 5년 차 외국계 회사 마케터를 미련 없이 관두고 유럽으로 떠났고 그 후 5년 동안 5개의 도시에 머물며 새롭게 나의 일상들을 채워갔다. 

흔히들 취준생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외국계 기업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항상 든다는 회사였다. 어떤 이들은 어디서 그렇게 회사를 박차고 나올 용기가 나왔냐며 참 대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거듭하며 선택하였지만 결정한 후에도 여전히 난 참 많이 두려웠고 불안했다.

내가 회사를 관둔다고 하면 뭔가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지만 나 없이도 회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만 돌아갔고 내 빈자리는 금세 새로운 직원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나는 20대 끝자락에서 어떤 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나에겐 회사를 관두기 위한 합당한 이유와 변명이 절실했고 그렇게 쥐어짜듯이 만든 핑계와 거창한 계획들로 '퇴사'란 단어를 꽤나 그럴듯하게 포장하였다. 하지만 솔직히 회사를 관두고 떠난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지나면 고민할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살면서 한 번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가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참 무모하고 생각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때 차마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있었다면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서 그때 내가 그랬더라면... 하고 그 뒷이야기를 계속 궁금해하며 후회했을지도 모르니깐.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한번 저질러 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성공스토리나 인생역전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인생의 갈림길에서 조금은 다른 선택을 했던 한 사람이 그 후 가끔은 방황도 하고 때론 순간들에 행복해하며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난 지난 5년 동안의 일상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나도 똑같이 그랬다고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하는 소소한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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