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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Nov 22. 2017

칭찬 한번 해 주세요

어른이 되고 나니 생각보다 칭찬받을 일이 참 없다. 어렸을 땐 엄마 아빠 얼굴을 츄파춥스 사탕처럼 그려 놓고도 환호성 같은 칭찬세례를 듣곤 했는데 말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SNS에 지나칠 정도로 빠져들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SNS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본인의 재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알릴 수 있다는 건 소셜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꽤나 긍정적인 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올린 몇 장의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부러워하며 그에 비해 내 삶은 참 보잘것없고 평범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몇 명이 날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눌렀는지 집착하게 되는 것도 아마 다른 사람에게 칭찬 한번 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고백하자면 나 또한 몇 번이나 핸드폰에 SNS 어플을 지웠다가 다시 깔았는지 모른다. 특히 잠들기 전에 그림이나 글을 올렸다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폰을 계속 확인하느라 새벽까지 잠 못 이룬 적도 있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의 팀장님도 일에서는 참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이지만 칭찬엔 참 인색했던 분이었다. 한 번은 오랫동안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준비했던 프로젝트의 성과를 보고하는 미팅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난 후 난 나도 모르게 뭔가를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팀장님을 쳐다보았다. 

아직도 그때 팀장님의 말투와 표정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난 그때 어지간히 기운이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회사를 관두기로 결심한 후 마지막으로 가진 팀장님과의 미팅에서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묻는 그에게 난 기어이 말하고야 말았다. 물론 내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기대했던 그 장면과는 정말 거리가 멀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다. 나야말로 되려 쑥스럽다는 핑계로, 굳이 말 안 해도 우린 다 알지 않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하는 것에 인색하였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나한테 칭찬이라도 한마디 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아휴, 아니야" 라며 손사래를 치다가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곱씹으며 슬그머니 웃기도 했다.

이렇게 낯간지러워 칭찬을 잘 하지도, 참지도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지나가다 별 뜻 없이 한 게 분명한 인사치레 말에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혼자 들썩이기도 하는 것이다. 한 때는 괜스레 칭찬 한 마디 건네는 게 너무 형식적이고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해본 말이라고 한들 좀 어떤가. 적어도 그 칭찬 한 마디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누그러들고 굳어있던 사람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나도 마음에 떠오르는 따뜻한 말들이 있을 때면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뱉는 연습을 해 보기로 한다. 조금은 주뼛대고 어색하겠지만 내 나름의 진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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