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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Nov 29. 2017

피터팬이 되고 싶었던 아이

처음 피터팬이란 동화책을 읽었을 때 난 피터팬과 웬디가 부러워서 나도 그들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었다. 웬디와 동생들이 피터팬 말을 듣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곧장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을 따라 하다 몇 번씩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곤 했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게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어린아이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들 30대라고 하면 적당한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며 대출을 끼더라도 집과 차가 있고 슬슬 자녀계획을 세우기 시작하거나 이미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을 딱 그 나이에 맞는 일반적인 삶이라고 한다.


나도 20대 중반까지는 다수와 같이 세상이 정해준 모법답안 같은 삶이 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떠나기로 결심했고 물론 내등 뒤로 쏟아지는 비난들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0시간이 걸리는 머나먼 독일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월세인 집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살며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 난 우리 동네에 하나밖에 없던 팬시점에 진열되어 있는 푸우 인형이 너무 갖고 싶어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어김없이 몇 분씩이나 멍하니 유리창 너머 인형을 바라보곤 했다. 사실 그 인형은 푸우가 벌들에 엄청 쏘여 팅팅 부은 것처럼 못생겼지만 그래도 난 그 인형이 참 좋았다.

결국 당시 물가로는 제법 비싼 이만 팔천 원이란 거금을 주고 그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고 그 후 내가 대학에 합격해서 서울로 오기 전까지 그 푸우는 쭉 나와 함께 지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내 방에는 내가 참 아끼는 인형이 있고 심지어 자기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실들을 종합해 봤을 때 나는 피터팬 증후군에 해당되는 것일까? 물론 이제는 내가 피터팬처럼 날 수 있을 거란 무모한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기대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고 해서 과연 그 사람의 인생을 다른 이들이 '부적응', '낙오' 또는 '도피'와 같은 컴컴한 단어들로 쉬이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누구보다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은 그 사람 자신일 테고 그 사람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본인일 터이다.


그렇다면 나는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래, 나는 피터팬 증후군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지금의 내 삶에 나름의 방식으로 온전히 집중하고 있고 그래서 참 행복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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