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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작가 Oct 23. 2021

이직의경험(16) - 프로이직러

어쩌다 프로 이직러

어쩌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 나는 프로이직러가 되어 있었다. 분야도 다르고 업무도 다른데 보통 한 직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는데 여러군데 이직을 했으니까 말이다.  또 다시 구직 생활이 시작되었다. 경력을 살려 해외영업 분야로 정하고 일자리를 알아 보았다. 그때 당시에는 현재의 아내와 연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새로운 직장을 나의 고향지역과 아내가 일하고 있는 지역 두 군데를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언제나 이직을 고려함에 있어서 나의 조건은 1)일단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빠르게 입사한다. 2) 회사의 규모 보다는 해당 업무에 집중을 하였다. 아내는 순천에서 살고 있었는데, 순천 지역에 입사할만한 채용공고가 났다. 플랜트 제조 업체에서 '영어' 관련 분야로 사람을 뽑았다. 해외프로젝트 담당.  나는 빨리 재취업을 해야 했다. 아내와 연애상황이어서 백수로서의 불안감도 주기 싫었고, 진지하게 교제하던 중이어서 뭐라도 하루빨리 해야 했다. 


 면접을 잘 마무리 짓고, 합격을 받았다. 대표이사 면접시, 자기소개를 영어로 시키셨다. 대표이사가 영어를 하지는 못했지만, 영어를 함에 있어서 막히지는 않는지, 그러한 것들을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면접을 보다보면 긴장이 너무 되면 실수를 하게 되는데, 그걸 비켜가는 팁은 이렇다. 답변은 짧게 하고, 말이 꼬이면 이상입니다 하고 마무리 지어라. 때로는 잘 하지 못하더라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입사후 채워나가도 된다. 


 합격 통보를 받고, 순천에 첫 출근을 하고 경영기획 상무님과 미팅을 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하나 있었다. '영어'파트로 사람을 뽑았던 이유는 진행 예정이었던 해외프로젝트가 수주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새로운 업무를 해야하는데 가능한지 물었다. 경영기획팀 소속으로 대표이사 수행 및 기획비서 역할과 영업팀 지원이었다. 


 나의 대답은 Yes 였다. 이미 그간에 다양한 산업분야와 업무 등을 경험해서 그런지 새로운 업무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중요한데, 일단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야 그 다음도 있을 것 같았다. 직장인으로서 삶을 사는데 만약 비서업무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추천한다. 온 갖 잡다한 일도 많이 했지만, 대표이사와 근접하게 업무 하면서 많이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이 기획비서, 수행비서의 역할 이다. 


  회사가 좋았던 점은 교육에 투자를 많이 했다. 제조업체들은 보통 생산하기에 바쁜데, 그런 와중에도 단체연수를 간다던지 조직 문화 및 업무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경영조직 분야에 대표이사가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다. 나도 비서업무를 수행하면서 서울까지 비서업무 역량강화 교육을 받기도 했다. 

 

  대표이사와 함께 일하다 보니, 업무 시간과 상관없이 전화가 오는 일이 많았다. 아침 일찍이나 늦은 밤, 휴일과 상관이 없었다. 대표이사가 출장을 갈 때에는 숙소 정보조사, 기차표 예약 등의 업무 등도 진행을 했다. 사업계획서 취합 및 임원진회의 자료 취합 등을 하고 대표이사와의 직원들의 결제 업무 처리 진행등도 하였다. 외부 업무 및 접대시 운전을 하면서 수해하기도 했다. 접대가 있는 경우, 함께 동반하여 대기하다가 자택에 모셔다 드리고 아침에 모시러 가기도 했다. 외부 손님들이 오면 손님 픽업 및 의전 관련 업무도 많이 했다. 

 

  자잘한 업무 부터, 대표이사가 지시한 정보 조사 및 각종 업무 등을 잘 수행해야 했다. 대표이사가 직접 지시한 업무의 경우에는 실수가 나면 오롯이 내가 커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가까이 대표이사 옆에서 일하다 보니, 대표의 눈으로 회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성장 포인트였다. 회사에서는 조금 가까이 할 수 없기도 하고, 부담이 되는 사람이 이러한 기획비서, 수행비서 들이다. 보통 임원이나 차장 부장급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좋은 일 보다는 대표이사가 좋지 많은 문제로 연결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해주어야 하는데, 업무 특성상 그렇지 못한 때가 많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워라밸 없이 이것 저것 수행하느라 매우 바쁘게 일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때는 임신중이었고, 이후에 아이가 태어났지만 아이가 어려서 그러한 것들을 그나마 좀 감당할 수 있었다. 회사내에서 비서업무를 하면서도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했다. 아직은 중견기업 정도로 회사 규모가 크지는 않았기에,  비서의 업무 만으로 국한하기에는 아쉬움을 느끼신 부분도 있는 것 같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이런 저런 업무를 익히게 하셨다. 영업팀에 가서는 영어 견적 접수 및 입찰 업무를 보았다. 관련 내용들을 잘 확인하여 영업이사에게 전달하고, 견적 기한을 놓치지 않고 대표이사 까지 최종 결제를 맡아, 입찰을 진행했다. 


구매팀으로 발령이 나서 한 3개월 정도 구매 및 외주업체 계약 업무를 익히기도 했다. 때에 맞게 빠르게 진급도 되고, 업무의 스펙트럼이 넓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도 좋았다. 성실하게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있었는데, 플랜트 업계에 위기가 찾아온다. 쇠퇴하는 산업군 들이 있다. 제조업은 갈수록 몇 몇 유망업종을 제외하고 갈 수록 순이익 및 매출성장이 쉽지가 않다.  특히, 특별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주처에서는 입찰시 최저가 업체를 선정한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낮은 마진이나 마진이 없더라도 일단 일을 수주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 된다.  플랜트 업계의 경영악화 위기를 견뎌 내지 못하고 결국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다. 30대 중반이 되기전 본의 아니게 회사의 재정위기로 인한 폐업을 2번 경험하게 되었다. 


 체당금으로 밀린 월급을 받아야 했다. 결혼도 했고, 외벌이에 아이도 있어, 한 달 벌어 한달 사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빨리 받아들이고 돌파구를 찾아야 했습니다. 또 다시 구직활동을 하게 됩니다. 


교훈: 비서 업무를 할 수 있을 기회가 있거든 망설이지 말고 하라. 대표이사와 가갑게 일하면 리더의 시각을 어깨넘어로 배울 수 있기에 당신의 성장에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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