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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작가 Oct 23. 2021

이직의 경험 (15) -독특한 조직문화

군대보다 심한 압박

 진흥원에서 위촉직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해외영업 분야로 이직을 하기로 하고 다행히 일을 하는 와중에 합격을 했다. 새롭게 입사를 하게 된 곳은 반도체 회사의 해외영업 파트 였다. 남자 3명이 함께 입사를 하게 되었다. 반도체 영업 경력이 있던 동갑친구, 나 그리고 신입 이렇게 셋이었다.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조직 생활속에서 경력은 다르지만 동기가 있다는 것은 많은 힘이 되는 것이다. 합격이 되고 처음 OT 같은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부사장님과의 단체 면담이 있었는데 처음 하셨던 이야기가 '만약 나가게 될거라면 빨리 퇴사하라' 는 좀 특이한 내용이었다. 신규입사자에게 특이한 덕담(?)을 해주셨다. 


 아침마다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구호 같은 것을 외치고 하루 업무를 시작하였다. 군대 시절에 자대배치를 받으면 빠른 시간안에 외워야 할 족보 같은 것이 있다. 내가 속한 부대 전원의 이름, 직급 같은 것이다. 무언가 그런 느낌이었다. 전체 조회때 돌아가면서 구호를 외쳐야 하는데 잘하지 못하면 분위기가 좋지 않다. 


 새로운 곳에 들어갔으니 또 배우고 익힐게 많았다. 업무는 배워가면 될 것인데, 문제는 회사 분위기가 삼엄했다. 사람을 위축시키는 분위기랄까? 영업팀은 경영진과 회의를 많이 가졌는데, 회의라기 보다는 많은 질타와 압박을 당하는 그런 분위기 였다. 제조업 기반, 기술 기반의 성장을 통해 기업이 유지되다 보면, 영업, 마케팅 등의 분야가 무어랄까? 큰 대접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실적의 부진이나 업무의 실수로 인한 그러한 수정 및 지시사항은 합리적인 것이라 상관이 없으나 지나친 인심공격 및 비합리적인 업무진행도 많았다. 먼저 입사해서 일하고 있는 경력이 많지 않은 여직원들이 있었는데, 경력자들이 많이 왔다가 또 많이 나가는 바람에 이 분들도 곧 이직하시겠지? 하는 그런 분위기 이기도 했다. 


 출근은 빠르고 야근이 많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때에도 밤 10시경에 퇴근을 한 것 같다. 1월 1일 에는 신년식을 한다는 이유로 회사에 출근하여 회사에 쌓인 눈을 3시간 정도 치웠던 기억이 난다. 첫달의 급여는 좋았다. 야근 수당을 계산해 주었고, 그래도 반도체 업체이고 상장도 하여서 괜찮은 급여였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을 하면 항상 긴장하고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일처리를 해야 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 그러한 업무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대한 적응하려 노력했다. 나의 경우에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어떠한 업무를 중차대하게 맡지 않아서 실수를 할 것 도 없었지만 고성과 인신공격이 오가는 회의 분위기와 업무 환경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함께 입사했던 동기중 신입으로 입사했던 친구가 먼저 회사를 관두었다. 반도체 업계에서 경력을 가지었던 동기 친구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업무관련 지식도 많이 알려주고 잘 챙겨주었다. 


 어느 날인가?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입이 잘 벌려지지 않았다. 치과에 같는데 앞면 근육의 마비 같은 증상이랄까? 약을 처방받고 바로 회복되긴 했지만, 이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경력직이 되고나니 그렇다. 아니다 싶은 경우에는 빨리 돌아서야 한다. 신입의 경우에는 이직의 성공을 위해 최소 1년 또는 2년 정도의 경력을 만들어서 그것을 발판 삼아야 하지만, 경력직의 경우에는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면 빨리 돌아서는게 좋다.


군대에서도 큰 문제없이 잘 적응했던 나였고, 어느 조직에가나 큰 무리는 없이 주어진 업무들을 잘 수행했었는데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입사 50일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일 하면서 이직 준비를 하면 좋좋았겠지만 근무시간이 과도했다.  평일 늦은 퇴근, 토요일에도 출근. 간혹 일요일에도 나와야 했다. 이직 준비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멈춤 하였다. 항사 새로운 직장에 갔을 때 이직을 고려하지 않지만 본의 아니게 여러상황이 또 나를 움직이게 했다. 


 얻은 결론은 조직문화와 나와 어울어지는 지도 중요하다. 무조건 참거나 적응하려고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행복하고 열심히 일하기 위한 선택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이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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