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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바라 Jul 30. 2019

<해리봉의 영혼탈출> #4. 비밀과 뻥의 차이점

사춘기가 코 앞인 삼춘기 초딩의 영혼 체인지 SF 어드벤처

#6. ♬ 콩닥콩닥 두근두근 ♬


   구두를 신고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걸어왔더니 발목이 부러질 것 같다. 지하철에서 내 몸, 어린이 해리가 서있으니까 어떤 아저씨가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엄마는 편하게 앉아오고 나는 내내 서서 왔다. 하, 어른으로 사는 것도 참 힘들구나.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털썩 누웠다. 엄마, 아니 봉해리의 몸으로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하신다. 씽크대 상부장에 손이 안 닿아서 의자를 갖다놓고 그릇을 꺼낸다.


“근데 엄마... 아빠나 다른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믿어줄까?”

“안 믿겠지. 나라도 못 믿겠다”

“그럼 엄마랑 나랑 둘만의 비밀이야?”

“비밀이긴...아무도 믿지 못하면 비밀이 아니라 뻥이지”


   엄마는 쌀을 씻으며 저녁 준비를 하고 나는 쇼파에 누운 채 잠이 들어버렸다. 아빠가 들어오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일단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야겠다. 잠결에 헤이 카카오 소리가 들린다.


“(라디오) 오늘 날씨는 서울 낮 기온 18도까지 오르겠습니다. 미세먼지는 보통이고...”

“해리야 일어나.. 학교 아니 회사 가야지”


   11살 남자 아이의 몸에 있는 엄마가 어른인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나는 어떤 몸이든 잠에서 깨기 힘든 모양이다. 그래도 오늘 엄마는 화를 안 낸다.


“봉해리, 아침에 진짜 일어나기 힘들더라. 몸이 무거워서 그런가.. 10번째 알람이 울릴 때 겨우 일어났어”


   나는 엄마가 평소에 필라테스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났는데... 역시 엄마 말대로 돈은 거짓말을 안 한다. 자 이제 책을 읽어볼까...하는데 엄마가 내 몸으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있다. 나 배 안고픈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꼬르륵 꼬오르르르르르륵....이상하다. 엄마는 이 시간에 배가 고픈가봐. 나는 늦게 일어나니까 아침에 배가 안 고프던데... 안되겠다. 뭐라도 먹어야지. 엄마가 차려놓은 밥에 간장, 참기름 넣고 삭삭 비벼 김에 싸서 먹는데 꿀맛이다. 아빠는 오늘도 새벽에 출근하신 모양이다.


“엄마... 아빠한테 뭐라고 얘기했어?”

“다 솔직하게 얘기했지. 아마 믿기 힘들겠지만. 엄마 아빠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니까 그제서야 믿더라. 그건 그렇고 일단 회사를 가. 엄마가 해리 학교에 갈께. 다행히 오늘 공개 수업하는 날이니까 반차 쓰고 이따 다시 학교에서 만나는 거야. 알겠지? 오전만 잘 버텨보자. 지금부터 우리가 계획을 잘 짜야해. 엄마가 하는 얘기 잘 듣고 외워, 알겠지? 그리고 비상상황에는 휴대폰으로 연락하구”


“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근데 엄마 내 친구들 이름 잘 모르잖아..? 엄마도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내 하루가 어떻냐면....”

   엄마와 나, 나와 엄마는 오늘 하루 같은 팀이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우리,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을까?


#7. ♬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거야 ♬


   엄마는 라디오 PD다. 중학생 때 엄마의 꿈은 기자였다고 한다. 담양 할아버지랑 보는 뉴스에 마이크 들고 나오는 기자들이 엄청 멋있어 보여서 그랬다나. 기자가 되려고 대학 전공을 언론 쪽으로 선택했는데 친구 따라 우연히 대학 방송국에 들어가면서 PD로 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그러다 대학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서 언론정보 쪽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방송국 홈페이지를 보고 라디오 PD에 지원했다고 한다. 결과는 합격.



    엄마는 어릴 때 외할머니한테 혼나면 방에서 혼자 숨죽여 라디오를 들었다고 한다. 라디오 속 DJ들의 이야기에 혼자 울고 웃으며 사춘기를 그럭저럭 견뎠다고 했다. 중학교 때 방이 생기면서 밤늦게까지 혼자 라디오를 듣고, 듣다가 고민을 적어서 엽서도 보내고 고3 때는 지역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서 전화연결도 되었다고 했다. 대학 기숙사에 살 때는 룸메이트와 심야 라디오를 함께 들으며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청취자로 자라온 엄마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방송국 시험, 그것도 처음 지원한 라디오 PD에 합격했다고 한다.


   엄마는 인생이란 우연과 운의 반복이라고 했다. 난 아직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우연히 각시탈을 샀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까...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오늘 엄마도 나도 운이 좋아야할텐데... 긴장이 된다. 내가 오늘 엄마가 하는 라디오 PD 일을 들키지 않고 할 수 있을까. 휴우.. 나도 모르게 엄마 처럼 한숨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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