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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Jul 09. 2018

밀당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법

Column


연애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밀고 당기기, 소위 말하는 밀당에 관해서다. 밀당은 잘 활용하면,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적절하고 현명하게 밀당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모든 관계의 기술이 그렇듯 조금만 지나쳐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커플처럼 밀당을 하래야 할 수 없는 성격의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말한다. “난 언제 밀고 당겨야 할지를 모르겠어.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하고 싶지 않아.”


밀당을 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긴장을 유지하는 방법은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이 시간만큼은 연인과 물리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독립돼야 한다.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만, 자신을 자신답게 해주는 일일수록 좋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라면 모임에 참석하고, 독서를 좋아한다면 몇 권의 책을 들고 조용한 카페에 가보자.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한강변을 달려도, 방안에서 인생 드라마를 다시 봐도 좋다.


이처럼 정체성과 취향의 일부를 구성하는 일 대부분은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언제든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이 쌓일수록 자신의 세계는 넓고 깊어진다. 건강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온통 연인에게만 쏠렸던 신경도 자연스레 분산된다. 머리를 써서 계산하지 않아도 덜 연락하게 된다. 상대방이 내게 얼마나 자주 연락하고 애정을 쏟는지 집착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너무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이전보다 더 연락하고 표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근사한 사람이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멋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좋은 파트너일수록 이 같은 건강한 아름다움을 알아봐줄 확률이 높다.


자신만의 시간은 언제부터 가져야 할까. 처음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 종일 대화하고 싶다. 조금 전까지 같이 있다가 헤어졌는데도 보고 싶다. 이때 독립적인 시간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자신만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밀당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면, 시도해볼 타이밍이다.


이조차 밀당의 일부이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관계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머리를 써서 상대방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밀당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적정 거리를 확보하는 일을 같다고 볼 수 있을까?


사랑도 관계도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 다만, 내 삶의 습관, 행동 양식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중심을 잡고,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모두가 자신을 자신답게,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거리와 시간을 찾을 수 있기를.


2018년 7월


 책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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