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연애를 시작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다. 수시로 남자친구가 보고 싶고, 연락이라도 뜸해지면 상대방의 마음이 떠난 것 같아 불안해진다고 했다. 연애를 시작한 뒤로 행복한 만큼 괴롭다고 했다. 친구가 걱정됐다. 이전 연애가 끝난 뒤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지켜봤기 때문이다.
“사귄 지 이제 몇 주 됐는데, 왜 이렇게 깊이 빠졌어. 아직 서로 잘 모르잖아. 조금 거리를 두고, 의연해져. 만에 하나 그 사람 떠나도 네게 아무런 문제없어. 이렇게 빨리 마음이 식을 사람이면, 빨리 끝나는 게 낫지.”
빤하고 상투적인 말에도 친구는 마음을 다잡겠다고, 고맙다고 했다.
(중략)
이미 지나온 시절이라고 해서 없었던 시간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조금 변했다고 해서 그때와 다른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처음부터 시행착오가 없던 것처럼, 지금과 같았던 것처럼 굴었다.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함부로 충고했다. 누군가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주고 싶어 질 때는 ‘정신 나간 시절’을 기억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2018년 1월
※ 책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