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한 달 전에 결혼식을 올렸다. 오늘은 결혼 후 처음으로 맞는 새해 첫 날이지만, 사정상 그는 멀리에 떨어져 있다. 나는 늦잠을 자고 가까운 극장에 가서 보고 싶었던 영화 <인 디 아일>을 봤다. 극장 밖을 나오니 한낮이었는데도 날이 흐리고 추워서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걸었다. 한참 영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는 나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새해 첫날부터 다른 경험을 했다. 나는 혼자서 영화를 봤고, 그는 가족과 바다 위로 떠오르는 새해를 봤다. 생각해보면, 인생 대부분을 오늘처럼 따로 떨어져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았다. 당연한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고, 어쩐지 적적했다.
그래도 함께 있을 때를 떠올리니 위안이 됐다.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크고 작은 공통점을 찾아내 나누고 감사했다. 다르면 다른 대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좋아했다.
사랑할 때 얼마나 닮아 있는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 지치고 씁쓸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필요했다. 돌이켜 보면, 순수한 좋음의 감정만으로도 충분했던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결혼이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내게는 이해할 수 없더라도 끝까지 이해해보겠다는, 설령 하지 못해도 곁에 머물겠다는 약속 같다. 우리는 약속을 했다. 든든하고 따뜻한 약속. 그가 멀리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사랑하기에 온전하다.
2019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