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끔 쓰는 이다솜 Jan 29. 2018

우리가 지나온 정신 나간 시절

Essay


연애를 시작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다. 수시로 남자친구가 보고 싶고, 연락이라도 뜸해지면 상대방의 마음이 떠난 것 같아 불안해진다고 했다. 연애를 시작한 뒤로 행복한 만큼 괴롭다고 했다. 친구가 걱정됐다. 이전 연애가 끝난 뒤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지켜봤기 때문이다.          


“사귄 지 이제 몇 주 됐는데, 왜 이렇게 깊이 빠졌어. 아직 서로 잘 모르잖아. 조금 거리를 두고, 의연해져. 만에 하나 그 사람 떠나도 네게 아무런 문제없어. 이렇게 빨리 마음이 식을 사람이면, 빨리 끝나는 게 낫지.”         

 

빤하고 상투적인 말에도 친구는 마음을 다잡겠다고, 고맙다고 했다.  


(중략)


이미 지나온 시절이라고 해서 없었던 시간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조금 변했다고 해서 그때와 다른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처음부터 시행착오가 없던 것처럼, 지금과 같았던 것처럼 굴었다. 마음이 아니라, 머리로 함부로 충고했다. 누군가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주고 싶어 질 때는 ‘정신 나간 시절’을 기억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2018년 1월


 책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이전 22화 꼭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