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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Dec 25. 2016

함께 꿈꿨던 너를 잊을 수 있을까?

Review


‘한때 함께 꿈꾸고, 서로를 열렬히 응원했던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인기가 시들해진 정통 재즈 클럽을 열고 싶어 하는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수년째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는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 언뜻 그들의 꿈은 현실과 거리가 먼,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꿈을 향해 가는 지난한 길에서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세바스찬은 연기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러’로서 미아의 가능성을 발견해줬고, 재즈에 흠뻑 빠진 미아는 존재 자체로 세바스찬에게 재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도 거리가 생긴다. 세바스찬은 미아를 위해 원치 않던 밴드의 일원으로 연주하게 됐지만, 미아는 세바스찬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또, 세바스찬이 바빠질수록 연극을 준비하는 미아가 홀로 분투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위해 한걸음 양보하고, 무언가를 기약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세바스찬의 말대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기”로 한다. 이러한 선택이 화근이었을까. 세바스찬과 미아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꿈을 이루지만, 끝내 함께하지는 못한다.     


수년 뒤, 두 사람은 세바스찬이 차린 재즈 클럽에서 재회한다. 짧은 시간 동안, 세바스찬과 미아가 주고받는 눈빛은 백 마디 대사보다 강렬하고 절절했다. 문득 두 사람은 꿈을 이룬 현재,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할지 궁금해졌다. 꿈을 향해 함께 가던 상대방이 곁에 없는데도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같이 꿈꾸고, 환호하고, 좌절하고, 서로에게 의지해 다시 일어나고는 했던 사람을 결코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것. 이런 사람은 평생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들뿐더러, 타인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할 생각과 감정까지 나누고, 미래를 그려보기 때문이다. 또,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인정해준 사람을 잊기란 힘들다.     


우리가 처한 현실도 세바스찬과 미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거창한 꿈이 아니더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청춘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랑은 뒷전이다. 안정적인 자리를 잡을 때까지 사치처럼 여긴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외면한 인연이, 헤어져야만 했던 사람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룰 수 있다고 해도, 떠나보냈던 이가 다시 만날 수 없는 진정한 사랑이었다면 어떨까? ‘만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지만,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별명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상태를 뜻하는 ‘라라랜드’는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다.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를 울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사람 없는 ‘라라랜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지….


* * * * *


브런치북 <우린 이토록 다르지만 사랑을 해>를 얇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글의 일부를 읽어도 좋지만, 책장에 두고 보아도 좋은 전문을 실었습니다. 연애보다는 사랑에 관한 글, 무엇보다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읽을 책을 찾고 있다면, 권해드려요. 언제나 사랑하세요.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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