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 사는 로젠 Oct 17. 2024

뉴욕 구경은 책방 중심으로

<스트랜드 북 스토어> <북컬처>

백년 서점 스트랜드 북 스토어


   내가 독립 서점 <스트랜드 STRAND>를  필수 방문지 올려 두었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기는 했다. 멀더2019년에 서울에 올 때 스트랜드 에코백 선물로 가져왔다. 책을 쌓아놓은 그림 어간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에코백이었다. 멀더는 '뉴요커는 다 스트랜드 에코백을 든다', '한국에서 서울에서 스트랜드 에코백을 든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란다. 막상 뉴욕에 가니 스트랜드 에코백을 든 사람을 거의 못 봤고, 요즘 서울 지하철에는 영국 유명 서점 에코백이 많이 보인다.  어쩄거나, 소재가 튼튼하여 열심히 들고 다니다 보니 때가 많이 타서 세탁을 하려고 하이타이(!)에 담가 두었는데,  쪼그라들었다. 세탁 방법을 확인했어야 했다. 처음 크기의 1/2이 되었는데, 가방 크기는 줄어들고 끈은 원래길이 그대로 남아서 이상하게 변형된 형태가 되고 말았다. 낙담이란 바로 이런 순간의 기분일 것이다. 내가 마침내 뉴욕을 가게 되었으니 스트랜드 서점에 가서 에코백을 그 에코백을 찾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스트랜드 에코백 2019 쯤

 

     토요일에 갔는데 날을 잘못 선택한 것일까. 입구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말에 마트에 가면 딱 이런 풍경이다. 어른부터 아이는 물론 나 같은 방문객들도 섞여 있었을 테지. 사람이 워낙 많아도 자주(?) 오기 힘든 곳이니 나 본격적으로 탐색하였고,  백 년 된 중고 서점에서 당연히 있을 법한 중고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산문집'이었는데, 조지 오웰의 명성만큼이나 그의 저서는 여러 칸에 걸쳐서 꽂혀 있었다. 영어로 된 제목을 읽자니 영국과 미국의 책등의 제목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영국에서는 제목을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 하고 미국에서는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쓰는 편인데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 그런 논쟁이었다. 하여튼 미국의 역사 지명 건축의 이름 혹은 문화적 배경까지 영국과 안 얽힌 것은 없어 보인다.  나름이겠지만 내 생각에는 도서관 서가에 책을 두려면 그냥 가로로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청구 기호를 어디에 붙이란 말인가. 비영어권인 나로서는 관행이 중요하다기보다 영국과 미국의 책이 섞여있을 때는 고개의 방향을 계속 바꿔가면서 읽어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뉴욕공립도서관의 서가에서 만난 세 가지 방식의 책 등 제목.

           

  스트랜드 중고 서가에는 다행히 미국식 방법이 많았다. 고개를 계속 한 방향으로만 꺾어도 되었으니까. 내가 원하는 조지 오웰의 산문 <나는 왜 쓰는가>가 수록된 가벼운 책을 찾기 위해 나는 또 지인 찬스를 동원했다. 멀더를 통해 직원에게 문의하니 지하 어딘가에 있단다. 멀더가 직원과 함께 지하 문고로 사라졌을 때, 나는 개인 볼일을 빨리 봐야 했다. 책만큼이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에코백 중에서 그 에코백을 찾기 시작했다. 에코백은 일일이 다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했고 서점 안의 벽이란 벽에는 전부 걸려있었다. 소재는 역시나 좋았고 디자인도 거의 다 괜찮았으나 내가 찾던 그 에코백은 없었다. 5년이면 디자인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긴 하다. 대신에 생수 가격이 화가 날 지경인 뉴욕에서 쓸 텀블러나 마련할까 고민하는 중에, 멀더가 조지 오웰의 산문이 들어있는 얇은 책을 들고 나타났다. '로젠이 찾는 것은 뉴욕에 다 있어' 그런 표정으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와 에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 외 단편> 집이다. 이 두 책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면 비행기에 들고 타도 될 만큼 가볍다는 것이었다. 사실 오헨리의 단편집도 찾아보고 싶었으나 사람에 치이다 보니 더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와 오헨리는 뉴욕 맨해튼에서 글을 썼다. 그리니치 빌리지에 아직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들었으나 이번에 찾아가지 못했다.




  그날 컬럼비아 대학교 앞 책방 북 컬처에도 들렸다. 같은 토요일인데 북 컬처 (Book Culture)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로변에 큰 건물인 스트랜드 서적과는 공간의 크기도 차이가 있었다. 대학교 앞 서점인데 한국에 있는 독립 책방 분위기가 났다. 북컬처에도 2층에 중고책이 있었다. 오헨리 단편집을 여기서 한번 찾아볼까 하며 2층으로 올라가다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한국 영화 소개 책자였다. (FILM KOREA)  신간이라고 했는데 한 권 남아있었다. 책 소개가 무척 마음에 들기도 했다. 한류를 탐험할 수 있는 걸작들. (Explore the masterpieces of the Korean wave) 가격이 25달러 (10달러 13400원 정도였다) 세금까지 합해서 3만 5천 원 정도에 무겁기도 했다. 오헨리 중고책은 5달러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나는 이 책을 구입했다. 내가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는 뉴욕 맨해튼 명문대학교 앞에서 한국 문화의 약진을 피부로 확인한 기쁨이었다고나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