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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Aug 01. 2016

나는 가끔 서점에 간다

그런 날, 그럴 때 , 그곳이 좋다.


울적한 건 아니지만 도통 생기발랄한 기운이 나지 않을 때 나는 서점에 간다. 쥐어짜듯 짬이라도 날라치면 가까운 서점에를 간다. 동네서점도 기웃거리고 마트 한쪽 코너도 들르기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볼거리가 함께 있는 대형서점이 제일이다. 어떤 날은 기분이 좋아도,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렇게 충전이 필요한 사람처럼 서점에를 들른다.


서점에 간다고 해서 구경한 책들이 반드시 구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서점이 많이 생겨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사실 책은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온라인 서점만의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지만, 그리고 볼 책이 정해졌다면 더더욱 그럴 필요 없겠지만 언제나 늘 리스트를 지니고 살 수만은 없기에, 특히 광고나 검색만으로 알 수 없는 책들이 있기에 그런 책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오프라인 서점에 늘 가야만 하는 것이다.  

한 권 한 권 들쳐보며 직접 고르고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는 도서의 가격 따위에 비할 것이 못된다. 그렇게 나를 스쳐간 무수히 많은 책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바로 '효재처럼'이다. 그 책을 서점에서 만난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 책은 단지 살림에 대한 '한 권의 책'으로 머물지 않고 단정하고 끝까지 매듭짓고자 하는 '정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나 만삭 때는 장도 볼 겸 마트 내 서적 코너에서 육아서를 발췌독하거나 직접 살펴보며 구매했는데 그때 발견한 책으로 엄마로서의 마음가짐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늘 도움이 되고 기억될만한 경험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서점에서만 들쳐볼 수 있는 무엇 무엇에 관한 노하우나 다이어트, 라이프스타일 등 여성을 위해 쓰인 가벼운 책들을 보며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보통 서점에 가면 제일 먼저 '이달의 책'처럼 추천도서를 살피고, '베스트셀러'를 눈여겨보고 종류별로 나뉘고 구분된 책들을 흘낏 거리고, 가장 많이 노출된 키워드가 무엇인지도 참고한다. 그리고 근래 들어 드물게 가슴을 콩콩거리게 하는  '그림 그리기 사전'이라는 책을 만났다. 아들이 좋아하는 공룡을 종이에 직접 그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식을 알고 싶던 차에 거짓말처럼 나타난 책이었다. 이런 게 바로 서점들르기의 묘미지 싶다.  


좋아하는 책 중에 유독 일본도서가 많다. 그 책들을 보다 보면 '일본 서점 대상'이라는 글귀로 홍보 타이틀을 정한 책들이 가끔 있다. 책을 직접 판매하는 직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방식인데 현장성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해준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온 문구였다. 게다가 일상 속에 파고든 발달된 서점 문화가 늘 부러운 모습 중에 하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서점들이 권장 도서를 선정하고 추천하는 문화가 많이 생겨났다. 적극적인 홍보방안이기도 하지만 책 읽기 문화를 선도하고 계도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인다.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을 발견하고 때론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이 생각날 때도 있지만 도서정가제로 인해 가격적인 면에서의 혜택도 큰 매리트가 없고 때로는  '지금 당장 내 손에'라는 즉각적인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에 되도록은 구입을 결정하는 편이다.


집에 돌아와 서점에서 보고 온 글귀나 정보가 기억에 남으면 내 삶 작은 공간을 내어 바로 적용한다. 뷰티 팁이나 살림 노하우 그리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로 잠시 명상하는 것. 책 한 권을 정독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서점을 찾았다. 그 좋은 걸 미루고 미루다 밤이 늦어서야 찾았더니 폐점시간이 다 되었다. 나갈 시간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책 한 권을 급하게 계산하고서 나는 서점이 아홉 시 반에 문을 닫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런 것도 경험이지 싶다. 다엔 아무리 늦어도 8시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정보가 하나 쌓인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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