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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Nov 07. 2016

내가 가진 병 '건강염려증'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


'건강염려증'. 참 재밌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병의 중증환자다. 그리고 대놓고 나 이런 병 있다며 맘이 맞는 사람과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시덕 거림을 재밌어한다. 


그렇게 떠들다 보면 생각지 못한 좋은 정보를 얻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고민과 걱정이 많은 내가 대범한 척 살아가다 문득 소심함을 아무렇지 않게 오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이 좋다.


동생의 느닷없는 '약' 상담에, 정확히는 건강 보조제 문의에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약을 많이도 챙겨 먹는구나. 그리고 요새는 좀 뜸했었구나.'


기운이 딸리고 뭔가 스스로를 위해 챙겨 먹고 싶다는 동생에게 '실리마린(간 기능 개선제)'과 '달맞이 종자유' 캡슐을 권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평상시 먹었던 제품과 앞으로 챙겨 먹어야 할 목록을 확인하고 재정비하는 기회를 가졌다.


골골대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말이 대단히 고마울 만큼 나는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었다. 하나하나 꼽으며 나열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제대로 크질 못했다. 그래서 평생 달고 살았던 '종합병원'이라는 수식어가 늘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졌다.


특히나 대학을 다니던 무렵에는 학생과 어른의 경계에서 내가 나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했더랬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치과도 혼자 가고, 눈밑 염증을 째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학창 시절을 보내며 잠시 적극성도 보이긴 지만 대부분은 이유도 모르고 침대에 누워 혼자 끙끙 앓다 지나가기가 일쑤였다.


평생 일을 하는 엄마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때 내 목소리가 조금만 이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아프다는 말에 돌아온 '네 몸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느냐'는 엄마의 말이 그때 당시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는구나.' 아프면 민폐라는 서글픈 사실보다다른 누가 나만큼 살뜰히 챙길 수 없다는 사실을 긍정적이고 재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걱정의 마음이 지나쳐 다정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던 것을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자주 앓고 지나가는 병을 인지하게 되고, 내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힘들어지는지 스스로를 파악하게 되니 어떤 걸 알아보고 구입해야 할지 조금은 대비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일해 번 돈으로 직접 구입하여 제일 처음 챙겨 먹은 것은 방문판매로 유명한 회사의 '비타민'이었다. 먹을 땐 몰랐는데 끊으면 피곤함이 확연히 느껴지는 신기한 약이어서 꽤 오랫동안 꾸준하게 먹었다.


그다음으로 제대로 챙겨 먹기 시작한 건 '클로렐라'였다. 정확히 무엇에 좋은 지도 잘 몰랐고,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어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체질이 개선되어 마르고 체력이 약한 내게 좋다고 해서 우선은 그냥 먹어 두었다. -그때는 오히려 살을 찌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을 때니 살 빼겠다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지금의 내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리고 서른이 넘으면서는 보조제보다는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잘 비우고 몸속을 깨끗이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시기는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계획하던 시기와도 맞물려서 제대로 된 학습과 실천이 병행되던 시기였다.


이후에는 아이 분유를 사 먹이며 알게 된 유기농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여성에게 혹은 삼십 대에게 좋을 만한 보조제를 파악하고 구입하여 프로폴리스, 아연, 오메가 등 2~3가지를 번갈아 섭취하고 있다.


워킹맘이란 핑계로 남편과 아이를 살뜰히 챙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보조제만큼은 떨어뜨리지 않는다. 위가 약한 남편은 '양배추즙'을 기본으로 피곤을 덜기 위해 '실리마린'을 꾸준히 먹게 하고 비염 완화를 위해 '도라지청'을 상비약처럼 늘 집에 쟁여둔다. 아이도 돌 이후로 '액상 비타민''배즙'은 떨어뜨리지 않고 적금 붓는 마음으로 먹이고 있다.


'건강염려증'이라는 병의 중증환자인 나는 약 먹는 시간을 정해서 챙길 정도로 적극적이지만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는 시점엔 목에 좋은 차 종류에 집중한다. 온기를 북돋아 주기에 '생강차'만 한 게 없다. 오후가 되면 공복에 '꿀차' 한 잔도 좋고 비염에 좋다는 '울금차'도 새로 마셔보니 나쁘지 않다.


최근엔 식초 열풍에 뛰어들어 '파인애플 식초'를 정성스레 섭취하고 있다. 예전부터 아로니아 원액이라든지 매실액이라든지 원액에 물을 타서 마시는 주스들을 냉장고 한편에 나열해놓고 물 대신 수시로 마시고 있어 크게 번거롭거나 하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내 몸에 가장 좋은 작용을 해주고 있는 것은 바로 '깔라만시'이다. 아침, 저녁 큰 일교차에 갑자기 목이 칼칼해지거나 기운이 떨어질 때 진하게 한 잔 타마시고 자면 아침에 침 삼킴이 한결 부드럽고, 무엇보다 화장실 가는 일이 편해졌다.  


삼십 대 후반을 지나 마흔을 바라보며 지난 십 년간을 돌아보니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을 먹으려고 한 노력이 내 인생에서 그나마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조금 더 건강에 대해 긴장하며 살고 싶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나라서 지켜야 할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누군가는 믿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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