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2)
내가 케이팝을 사랑하는 10여 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케이팝이 많은 나라에 알려지며 다양한 글로벌 팬덤이 성장했다. 그리고 또한 사람을 사랑하는 나는 그 나날 사이 셀 수 없는 친구들을 사귀었다. 나와 처음 알게 된 사람이 혹시 외국팬인지, 그렇다면 영어로 소통해야지. 이것이 친구의 의향을 배려하는 나의 방식이었다. 스스로는 이렇게 해 온 지 너무 오래되어서 따뜻함을 야기하는 행동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녀 덕분에 자각하게 되어 나 또한 첫인사부터 고맙고 행복해졌다.
입국심사를 받게 된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이전에 여권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는 이유로 끝없이 질문을 받다 결국 오피스에 들어갔다. 작가 명함을 챙겨온 게 신분의 안정성(?)을 그나마 증명해줘서 다행이었다. 공항을 들어갈 때 연락중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는데, 배낭여행자들이 서로의 집을 숙소로 제공해주는 ‘카우치서핑’ 앱으로 연결된, 한국을 좋아하는 인도계 뉴요커 포토그래퍼 친구다. 휴대폰 화면을 본 심사부스 직원이 데이트를 하러 가냐고 물었다. -젊은 유색인종 여성들이 미국에 들어올 때 불법체류가 목적일까봐 특히 까다롭단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것도 그런 류의 유도인가 싶었지만 아직도 진실은 모른다. 아무튼 나는 여차하면 왓츠앱 통화버튼이라도 누를 기세로 긴장했고, 아마도 그래서 비싼 블루투스 이어폰 내용물을 오피스에 놓고 온 걸 추정이나마 하게 된 건 이미 보스턴으로 향하는 환승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현재 시점으로 말하자면 공항에서 아직도 리포트를 보내주지 않았다. 역시 미국다워서 놀랍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