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장마철이라 비도 내리고 하늘이 개면 매미가 운다. 그리고 습한 공기와 데워진 바람까지. 정말 여름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일정 간격을 두고 가로수와 가로등이 거리를 감싸고 있다. 밤에는 가로등이 켜진다. 불이 밝혀진 거리를 걷다 보면 가로등에는 텅 비어버린 매미 허물들이 여럿 붙어있다. 이젠 여기에도 힘들게 올라오는구나. 나무가 아닌 차가운 가로등에 붙어있는 허물을 볼 때마다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격한 도시발전이 매미에게 큰 혼란을 주었구나, 라며 누구나 가질법한 그런 측은함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리 걱정하며 안쓰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매미 유충은 천적을 피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변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높은 곳이 가로수 또는 전봇대 건, 그들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근본적인 이유도 모르고 무작정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매미 입장에서는 조금 의아했을 것이다. 어쩌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맵고 짠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이 더 끌리는 때가 있듯, 언젠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함으로 변했던 적이 있었다. 부대끼는 사람들 속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나만의 텐션은 잊어버린 채 이 사람, 저 사람들의 텐션에 나를 끼워 맞추어 갔다. 내가 어떤지도 잊어버린 채 위아래로 파도를 타던 날의 연속이었다. 나에 대한 배려보다는 남을 위한 배려, 어느 순간부터 친구도 만나기 귀찮아지고 혼자만 있고 싶어 졌다.
그렇게 내가 바라던 대로 혼자가 되면 다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를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요새 힘든 일이 있나, 기분이 안 좋나? 라던지. 심지어는 대체 왜 혼자 있고 싶어 하지? 라며 나를 이해 못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난 혼자가 되어 정말 편한데 내 주변 사람들은 혼자인 내 모습이 불편했나 보다. 혼자 남은 밤이 너에게는 안쓰러운 것이 되어버렸구나.
정작 나는 상관없지만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워지는 게, 이럴 때일수록 내가 매미가 되어버린 것 같다. 혼자 노래를 들으며 끄적거리기도 하고 영화를 보며 상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지금은 이런 생활이 더 포근하다. 혼자인 게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나에 대한 안쓰러운 시선들은 조금 거두어주었으면. 난 정말 괜찮으니까.